유료방송 시장의 차별 규제를 해소할 통합 방송법 제정 논의가 시들해지고 있다. `규제 완화`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기조로 방송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전체 방송서비스를 아우르는 큰 틀의 통합 방송법 제정보다는 지엽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다. 방송법이 오히려 `누더기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든 정부든 융합 미디어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종합적인 통합 방송법 제정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던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개정작업이 국회에서 제동 걸린 이후 통합 방송법 제·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매출액 규제 △방송 구역, 방송 가입자 규제 완화가 골자다. 세부 내용은 PP의 매출액 한도를 전체 시장의 33%에서 49%로 늘리고 방송구역 3분의 1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또 가입 가구수는 전체 유료방송플랫폼 가입자의 3분의 1로 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IPTV법도 점유율 규제를 케이블과 동일하게 전국 기준으로 바꾸고, 허가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규제완화 방안을 담았지만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함께 논의가 중단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지난 3월 여야 동수 18인으로 구성하는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위지만 지난 3개월 동안 `공청회`를 연 것 밖에는 한 일이 없다. 공청회에서는 지난해 1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방송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땜질식`으로 의원 입법을 이용해 지엽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반대로 유료방송시장 차별 규제조항의 핵심인 시장점유율 등과 같은 공정경쟁을 위한 큰 틀의 법 개정 논의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KT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독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IPTV 합산방식 현실화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IPTV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을 `특수관계자` 범위에 포함한 것이다. KT를 제외한 IPTV 사업자와 케이블 업계는 이 법을 두손 들어 환영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KT의 점유율을 제한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미디어 산업과 연계한 통합적인 점유율 규제안이 아니다 보니 일시적인 규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케이블방송과 IPTV는 서비스가 거의 동일하지만 케이블방송은 방송법으로, IPTV는 IPTV법에 따라 각각 상이한 점유율 규제를 받고 있다. 양쪽 업계 모두 통합 방송법을 제정해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통합 방송법을 제정하려면 앞으로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방송공정성특위 공청회에서 지난해 방통위에서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공감한 만큼 시행령 개정안이라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