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정부와 국제 기구를 겨냥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활동 논란이 확대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NSA가 미국 내 EU 사무실은 물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를 겨냥해 도청과 사이버 공격 등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1일 “정보 프로그램의 폭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EU는 가장 가까운 정보 파트너 국가들이며 우리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와 갈등이 표면화한 가운데 EU 국가들과 관계마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 정부는 외교채널과 양측 정보전문가들 간 대화를 통해 이번 문제를 EU측에 적절하게 설명할 것”이라며 “EU 회원국들과 양자 대화를 통해 이번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해명과 동시에 내부적으로 국면전환을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수집 활동이 미국은 물론 동맹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의회와 정보 당국을 통한 반론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파문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NSA가 채팅, 이메일, 파일 전송, 인터넷전화, 로그인, 메타데이타, 사진, 소셜네트워킹, 저장 자료, 비디오, 화상회의 등 최소 11개 유형의 전자통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추가 보도했다.
현 국면에서 미국 정부가 어떤 주장을 해도 국내외 비판 여론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독일 연방검찰은 “미 NSA의 전자감시 프로그램이 자국 국내법을 위반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믿을만한 실체를 확보하려고 관련 주장과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는 중이며 독일 시민이 개별적으로 미국의 감시 행위를 형사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또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미 당국에 슈피겔 기사에 관한 해명을 요구했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그런 간첩활동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국민과 언론들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