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경력복귀 여성과학기술인의 희망 메시지

결혼 후 아이를 키우다 16년 만에 연구현장으로 돌아온 마흔 다섯의 한 여성과학자는 한 때 과학자 꿈을 접었던 사람이 맞나 싶게 놀라운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복귀한 지 10개월 만에 세라믹 분야 세계적 학술지에 주 저자로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출원 2건, 학술대회 발표 5건 등 대단한 활약을 보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문가기고]경력복귀 여성과학기술인의 희망 메시지

출산과 육아 또는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연구 현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과학자 39명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시행된 `연구개발 경력복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현장으로 돌아왔다. 10개월 만에 학술지 논문게재 18편(국내 7편, 국제 11편), 특허출원 6건, 학술대회 논문발표 61건 등 1인당 평균 2.18건의 탁월한 연구 성과를 냈다.

성공적인 경력복귀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특별하다. 우선 전문직 경력단절은 전문직으로 복귀가 어렵다는 통념을 깨뜨렸다. 이 사례는 25만 명에 이르는 이공계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둘째, 고경력 과학기술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끌어 올려 GDP대비 미국의 50배에 이르는 여성 근로 소득 손실비율을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1년 기준 52.5%로 OECD 평균 59.6%보다 훨씬 낮다. 특히 과학기술분야 기혼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50%에 훨씬 못 미치는 등 우수한 인재의 사장으로 국가경쟁력 저하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대졸 여성 경력단절에 따른 생애 소득 손실은 1인당 6억3000만원에 달하고, 국가적으로 근로소득 손실액은 60조원에 이른다. 25만 명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의 잠재능력을 흡수할 경우 과학기술관련 직의 높은 임금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근로소득 총액은 15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현대제철의 총매출액을 능가하는 엄청난 액수다. 전공을 살려 전문직에 복귀한 여성과학기술인은 연구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우선 자신이 창조의 기쁨으로 만족을 느끼고 가사 일을 돕는 가족도 행복감을 이야기한다. 경력복귀 여성이 사회에 내뿜는 행복에너지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면 엄청날 것이다.

셋째, 여성과기인에 의해 새로운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는 여성이 구매과정에서 더 큰 의사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파악해서 개발하고 또한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반영한 디자인까지도 감안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 정부는 국가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고용율 70%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용율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남성중심, 장시간 근로, 제조업, 대기업 중심 고용창출시스템을 바꿔야한다. 그 중심축을 지식서비스, 중소기업, 여성을 포함한 새로운 창조경제 체제로 이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률 제고의 관건이 되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성과기인을 포함한 고경력 전문직 여성의 경력복귀를 위해서는 준비단계의 사전 교육부터 정착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경력복귀 패키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심층 상담, 연구현장 최신 동향 파악, 변해버린 OA 프로그램 습득, 가족을 떠나 공적 커뮤니케이션 스킬 향상 등 복귀 준비를 하다 보면 자신감과 리더십이 함양된다. 심지어 그 자신감으로 누가 도와줄 필요 없이 취업이나 창업을 해버리는 사례들도 생긴다.

여성과기인 경력복귀 지원사업은 잘 훈련된 연구개발 인력을 다시 활용한다는 측면 외에도 숨겨진 보석 같은 여성혁신가나 벤처기업가를 발굴할 수도 있는 사업이다. 이미 영국은 성공한 경력복귀 여성과학자를 역할 모델로 새로운 복귀자를 끌어내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업 첫 해 성공적인 성과를 보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경력복귀 여성과학자들 가운데 25만 명 경력단절 이공계 전공 여성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역할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hslee@wise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