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도 특허 분쟁의 당사자”

특허 전쟁이 제조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통신사도 주요 당사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신사가 전통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통신사의 사업이 분쟁 영역까지 포함하게 됐다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통신사도 특허전략이 필요한 시대이다`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통신서비스가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할수록, 통신사가 그에 활용되는 기술을 얼마나 특허로 선점하고 있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e메일에 관한 다수 특허를 소유한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NTP를 사례로 제시했다.

NTP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e메일에 관한 특허를 기초로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T-모바일, AT&T 모바일 등 미국 통신사에 소송을 제기,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 TV시청 중 다른 채널 녹화 등을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한 티보는 통신사는 물론이고 케이블TV사업자 등이 유사한 녹화 서비스를 제공하자 특허를 침해했다며 AT&T·버라이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T&T는 2150만달러, 버라이즌은 2억5040만달러를 각각 지급했다.

반면, 통신사가 특허를 가진 기업에 승소한다고 해도 피해가 없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이통3사는 중소기업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공동 대응, 해당 특허를 무효화 시킨 사례가 있다. 5년만에 종결된 소송에서 이통3사는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횡포라는,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비난여론도 감수해야만 했다. 보고서는 “통신사는 이미 특허분쟁의 주요 당사자가 되고 있으며, 특허소송에 휘말리면 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여러 가지 피해를 입게 되므로, 특허분쟁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사의 특허 전략으로 △특허 중요성 인식과 특허 확보를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통신 표준 특허 확보 △전략적 분야에서 핵심 특허 확보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을 최대한 개발하고 이를 특허로 선점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이고도 근본적인 특허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며 “R&D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준화기구에서 정한 표준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특허, 회피설계가 불가능한 `표준특허` 중요성도 강조했다. 퀄컴은 표준특허로 성공한 대표 사례다. 퀄컴은 강력한 CDMA 표준특허를 기초로 CDMA칩 시장을 독점하는 한편, CDMA 특허 로열티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보고서는 “특허분쟁은 휘말리는 것 자체로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만큼 규모가 크고, 빈도가 잦아졌다”며 “효율적인 특허전략은 특허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줌은 물론이고 특허를 이용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