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 보안 단말기 보급 사업 표류…금융당국은 `팔짱`

금융당국의 가맹점 판매시점관리(POS)보안 단말기 보급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달까지 전국 10만여 가맹점에 하드웨어 기반 차단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밴사와 카드사, 수행 주체인 여신금융협회 등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은 가맹점 실태파악도 이뤄지지 않은 채 기약 없이 유보됐다.

9일 현재 약 6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추진됐던 가맹점 하드웨어 기반 정보 유출 차단시스템 보급 사업이 올스톱 됐다. 사업은 전국 가맹점 대상으로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솔루션을 구축해 POS에서 고객정보유출 등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년 전 금융감독원이 전국 단말기 20만대에 소프트웨어(SW)방식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보급 사업을 펼쳤다가 잦은 기기 먹통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해킹 등 보안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금융당국이 여신금융협회와 손잡고 하드웨어기반 보급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시제품 개발까지 완료했지만 참여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업은 우선 가맹점 대상으로 밴사가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가맹점에 설치돼있는 보안 프로그램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형 밴사는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협조를 거부했다. 그 이면에는 단말기 보급 주체인 밴사를 사업자로 선정하지 않고 `큐텍`이라는 기업을 별도 사업자로 지정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미 일부 밴사가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단말기까지 개발했지만 특정 밴사를 밀어주는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별도 독립 사업자를 지정한 것. 여기에 최근 밴 수수료 산정 체계를 바꾸려는 개편 계획이 나오면서 카드사등과 대립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이 2년 전 펼쳤던 SW기반의 보안 프로그램 보급사업과 관련 비용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밴사가 10억원의 투자비를 아직까지 정산 받지 못했다.

카드사 또한 이 보급 사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복 투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2015년까지 마그네틱(MS)카드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맹점 또한 IC카드 결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IC전용 POS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단말기는 MS전용이다. 금융당국이 IC전용 카드단말기 보급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현재의 MS단말기 보급 사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억울한 건 여신금융협회도 마찬가지다. 기금까지 조성해 시제품까지 개발했지만, 금융당국의 안일한 보급사업 정책 기조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형국이다.

해당 기업도 안일한 금융당국의 정책기조로 인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보급 사업에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카드사와 밴사에게 역할을 분담하는 식의 중재가 필요한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밴사 관계자도 “보안 강화를 외치면서 보급사업에는 한발 물러서 눈치만 보는데 이해당사자간 갈등만 더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IC카드 전환 대책은 고사하고, POS단말기 대형 해킹 사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