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의외의 통계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바로 현대차의 누적 판매 순위에서 1톤 트럭 `포터(porter)`가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포터는 상반기에 총 4만6671대가 팔려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를 모두 제쳤다.
국산 자동차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도 상반기 누적 판매 1위를 차지한 기아차 모닝(4만6809대)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순위를 기록했다. 포터의 판매 호조는 내수경기 침체로 중·대형 승용차 수요가 줄고, 생계형 트럭 수요가 포터로 몰렸음을 의미한다. 또 뚜렷한 경쟁 차종이 없는 포터가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된 셈이다.
포터는 1986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200만대 가까이 판매된 국내의 대표적인 소형 트럭이다. 포터라는 말 뜻대로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짐꾼`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셈이다. 포터의 이 같은 성과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히말라야의 짐꾼을 연상케 한다. 잘 보이지 않지만 히말라야를 오르는 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의 의미다.
운송용 트럭으로만 보이지만 포터의 활용도는 의외로 넓다. 최근에는 캠핑족의 증가로 포터를 캠핑카로 개조해 여가용으로 쓰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보다 실속 있게 캠핑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다. 제품 자체적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도로 환경을 고려한 포터Ⅱ 사륜구동 모델도 출시했다. 포터의 활약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포터의 선전을 바라보며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동차로서 포터의 진가가 계속 유지되길 기대한다. 또 현대차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지금도 어느 산골짜기와 2차선 국도에서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싣고 달리는 모든 포터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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