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에너지 안보

`안보`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일컫는다. 삼면이 바다고 북쪽으로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해 있는 우리나라에 안보는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다. 정치·경제·식량·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보는 최우선 일 수밖에 없다.

[데스크라인]에너지 안보

흔히들 안보 불감증을 이야기 한다. 에너지 안보는 어떨까. 새 정부의 에너지안보 정책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청와대에도 에너지를 알 만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140개 가운데 에너지는 단 몇 줄에 불과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 새 정부의 눈치 보기입니다. 에너지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만난 공기업 고위 관계자의 쓴소리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과거 정부와 분명한 선긋기를 진행하면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연속성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의 의욕적인 모습은 좀체로 찾아보기 어렵다. 있을 때 아무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원전 비리로 전력수급은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지만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대부분 멈춰 섰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신재생에너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처 간 엇박자로 육상풍력은 발목이 잡혔고 태양광 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줄도산이다. 업계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나침반이 없다고 말한다.

전력요금 현실화는 정치논리에 기를 못 편다. 지난 2000년 OECD 평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현재 OECD 최하위권이다. 싼 전기요금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매달 정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공급량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없다.

1997년 에너지 부문에 시장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가스공사와 한수원, 발전공기업은 분리됐다. 하지만 이들의 생산품인 전기와 가스는 여전히 시장이 정하는 `가격`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는 `요금` 상태 그대로다. 당연히 국제 시장 요금변화가 반영될 리 없다. 해외 선진국이 전기요금을 시장에서 결정짓는 것과 사뭇 다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일본의 데이터센터가 우리나라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이유다.

싼 전기요금의 이점도 있었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전기요금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제는 에너지 수급이다. 동해에서 천연가스가 나오고 있지만 극히 일부다. 여전히 외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자원빈국이다. 강대국들은 자국의 에너지원을 아낀다. 미국도 그렇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에너지원의 무기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 보유국의 5위, 천연가스 보유국의 6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원의 무기화는 이미 시작됐다. 청와대가 국제정세를 모를 리 없다.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5년마다 교체되는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의 지속성장을 위해 우선순위의 국가 정책이 돼야 한다. 청와대가 점심시간에 소등을 한다는데도 국민사회에 주는 감동은 그리 크지 않다. 국민은 `성공한 정책`보다 `실패한 정책`을 먼저 기억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