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고`가 드디어 관객과 만났다. 홈런 치는 고릴라라는 신선한 소재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영화를 총괄 지휘한 김용화 감독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두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란 점이다. 김 감독은 두 작품을 통해 성형미인과 스키점프라는 독특한 소재를 일상에서 마주치듯 편안하게 잔잔한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들고 나온 재료 역시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독특한 소재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릴라가 그것도 야구를 한다는 설정은 김용화 감독의 주특기인 재미와 감동이 발휘돼 일상 속에서 잘 버무려진다. 극 초반 낯설기만 했던 고릴라 링링은 어느새 실존 인물처럼 다가온다. 비싼 값을 치른 컴퓨터그래픽(CG)처리도 매끄럽다. 정말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오게 한다.
미스터 고는 영화적 재미 외에도 우리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스터 고의 주인공 링링은 실존 물이 아닌 디지털 효과로 주인공이란 역할을 부여받은 첫 번째 시도다. 실사 장면에 뼈와 살, 근육, 털로 이뤄진 생명체를 디지털로 입혀 묘사하는 것은 자칫 영화 몰입감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링링은 마치 살아있는 고릴라처럼 다양한 표정과 털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허영만 화백의 판타지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도 콘텐츠 업계로선 새로운 시도다. `타짜`, `식객` 등 허 화백의 만화가 영화화되고 마케팅에 활용됐지만 판타지 만화로는 첫 시도다. 그야말로 만화라는 꿈을 영화라는 일상의 현실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중국과의 합작 영화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에서 동시 개봉되는 이 영화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영화시장 성패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다. 성공 여부에 따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줄 수 있다.
다행히 시작은 좋다. 개봉과 동시에 극장 예매율 1위도 달성했다. 잠시 주춤해진 새 한류의 발화점이 `미스터 고`가 된다면 어떨까.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