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브랜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는 본질적 원인이 청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이 새 정부 국정과제 1순위로 창조경제의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최고 통치자가 직접 챙기고 미래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이상 예산권과 조직권이 없는 부처로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존재감이 없는 미래전략수석에 대한 비판 역시 높은 상황이다. 미래전략수석이 산업화·정보화 이후 지식산업으로의 국가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제2의 새마을운동을 일으키자는 대통령 의중을 이어받아 국가 어젠다 제시는 물론이고 부처 간 협조, 당·정·청·국민 간 연결고리 역할 등 백방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뚜렷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에 관한 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최 장관 취임 이후 미래부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속도를 내긴 했지만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우선 관계 부처 협조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가 주변의 평가다. 창조경제 이벤트도 없고 전 국민이 참여하는 모양새도 갖추지 못했다. 산업 전 영역에서 과학기술·ICT가 융합되면서 구현해야 할 비타민 프로젝트가 뭔지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다.
최 장관 취임 이후 미래부가 신청한 추가경정 예산 확보가 불발에 그친 것은 더욱 한심한 사례다. 기재부의 딴지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부 부처는 예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래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출발부터 부처 내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오죽하면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도 부처 예산과는 별도로 대통령이 직접 창조경제펀드를 모금하는 대국민·대기업 이벤트를 펼쳐서라도 예산을 만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의 관심 속에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옛 정보통신부는 `1000만 국민 정보화교육`과 `IT 839` 정책을,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 등 방송통신융합` 정책을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속에서 추진했다.
필요한 인적·물적 지원도 수반됐다.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 옛 정부에서 `IT 839` 정책과 `방송통신 융합` 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우선시됐다. 옛 정통부와 방통위가 다른 부처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하고,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전직 관료 출신 인사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확실한 메시지와 의지만큼 정책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래부가 지속적으로 창조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여러 부처가 여전히 개념이 모호하다고 하소연한다. 부처이기주의도 여전히 깔려 있다. 하지만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를 비롯해 창조경제는 범부처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한다.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창조경제 자체가 구호로 그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래부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권의 성패가 달린 만큼 창조경제의 진척상황을 매주, 매달 미래부 장차관과 점검하는 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창조경제에 관한 한 예산과 조직을 1순위로 미래부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박근혜정부의 성패는 미래부에 달렸다. 부처 간 이해나 제정파의 다른 목소리의 벽을 넘지 못하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미래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구현 정책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면 다른 부처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할 것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미래부에 창조경제 관련 부처 간 업무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 창조경제 실행 주체로서 위상을 재확인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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