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수출업체…중국 실용신안권 강화에 발목

중국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실용신안권 행사를 크게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실용신안은 특허권 보호대상인 `발명`에 비해 사장되기 쉬운 아이디어 차원의 `고안` 단계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별도 실용신안 심사과정 없이 출원만 하면 등록되는 무심사 등록제도를 시행한다. 그만큼 등록은 쉽지만 쉽게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기술특허뿐 아니라 실용신안권 중심 지식재산(IP) 정책을 펼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IP권 침해와 관련해 경고장을 받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기술특허뿐 아니라 실용신안 선행기술 조사까지 중국을 겨냥해 전 방위적인 IP권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특허청에 출원된 실용신안은 1만2422건으로 특허출원(18만8305건)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은 2010년 이후 실용신안이 특허보다 많이 출원됐다. 2001년 7만9722건에서 2011년에 58만5467건으로 10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개발도상국일수록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특허권보다 실용신안권을 강조해 해외 기업의 자국 진출을 막는 예가 많다”며 “중국도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 실용신안 보호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실용신안권이 기술평가 청구 없이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침해 경고장을 보내기 위해 기술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180도 다르다. 이 때문에 우리를 비롯해 중국 진출 해외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다.

스마트폰용 터치 장갑을 개발한 A사는 중국 유통망 확보를 위해 중국 전자상거래 전문업체 알리바바에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중국 시장에 터치 장갑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유사 실용신안권을 가진 3개사가 알리바바에 침해 경고장을 보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A사에 실용신안 침해 물품을 납품했다는 사유로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보냈다. 유 대표변리사는 “중국은 자국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특허권만큼 실용신안권 행사를 강조한다”며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사전에 특허뿐 아니라 실용신안 선행기술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실용신안으로 소송에 휘말리는 예도 흔하다. 컨테이너 도난방지 손잡이 관련 실용신안권을 출원한 중국업체는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 세운 B사가 실용신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중국업체가 실용신안을 등록한 이후 제품 판매를 했다며 침해 판결과 함께 민사 책임을 물었다. 실용신안은 특허보다 진보성 판단 기준이 낮아서 무효화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국 IP 전문가의 의견이다.

IP 전문가들은 중국 진출을 위해서 “간단한 기술이라도 제품에 적용된다면 실용신안으로 출원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 실용신안권에 사전 검색과 회피설계, 대응 방안을 미리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심특허법률사무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출원한 산업재산권 가운데 실용신안권 비중은 2%에 불과해 중국 등록 건수에 비하면 턱없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중국 WTO 가입 이후 지식재산권 출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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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