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백전백승(百電百乘)` 시대에 필요한 `등물`

얼마 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아이언맨3`에서 주인공이 입고 다니는 슈트 외에 관객의 관심을 끈 것이 하나 더 있다.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의 차가 시선을 집중시키는 건 통상 있는 일이지만 이 영화는 조금 특별했다. 바로 전기차였기 때문이다.

[ET단상]`백전백승(百電百乘)` 시대에 필요한 `등물`

이 차는 현재 양산 중인 전기차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멋진 디자인으로 전기차의 인식을 크게 바꿔 놓으면서 영화 흥행에도 일조했다. 지난해 개봉한 `미션임파서블4` 주인공이 탄 차도 전기차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007`로 대표할 수 있는 과거의 영웅이 가솔린 차량을 탔다면 최근의 영웅은 약속이나 한 듯 전기차를 몰고 있다.

앞으로 제작되는 영화에는 더 많은 전기차가 등장할 것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창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전기차가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메이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벤츠가 올해 `SLS`, 내년에는 `B클래스` 모델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아예 전기차 브랜드를 `i시리즈`로 명명해 내년 5월 첫 양산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GM과 포드는 이미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0년 국산 첫 전기차인 `블루온`이 탄생한 이후 기아, 르노삼성, 한국GM에서 동시에 양산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올 가을에는 전기차 시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인 관심에 힘입어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0만대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015년에는 300만대를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휴대폰처럼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앞으로 펼쳐질 전기차 시대를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1873년 전기차가 가솔린차보다 먼저 제작됐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간 전기차는 19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얻었으나 1930년대 저렴한 가솔린 차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금까지 100년간 가솔린 차량에 시장을 내줬다. 하지만 앞으로 100년은 다시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타는 `백전백승(百電百乘)`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는 전기차 후발주자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핵심부품인 2차 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고, 전기차 핵심부품인 `전동식 워터 펌프(EWP: Electronic Water Pump)` 개발기술도 세계적 수준이다. 전동식 워터 펌프는 가솔린 차량의 기계식 워터 펌프와 달리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켜 배터리의 열을 식히거나 에어컨 등 공조에 사용하는 냉각장치다. 전기차의 전자제어장치(ECU)와 실시간 쌍방향 통신을 하면서 냉각수를 차량 상태에 따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이다.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기계구조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첨단 부품이다.

당사도 전동식 워터펌프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국내에 출시된 친환경 차량에 관련 제품을 공급한다. 최근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와 하이브리드 차량 개조업체인 ALTe사와도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사람도, 차도 지나치게 열이 높거나 뜨거우면 이상이 발생한다. 아무리 좋은 2차 전지라도 전동식 워터 펌프로 제때 열을 식혀주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백전백승 시대를 위해선 보조금 지급 등 `마중물`도 중요하지만 열을 식혀 줄 수 있는 `등물`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필요한 시점이다.

변종문 지엠비코리아 대표 bjm622@gm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