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초고선명(UHD) 방송을 두고 `금의야행`이란 비유를 들며 시기상조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금의야행이란 `비단 옷을 입고, 밤길을 돌어다닌다`는 뜻으로 자신이 잘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6박 7일 일정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타임워너케이블, 월트디즈니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경재 위원장은 “미국은 UHD TV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위원장은 “타임워너케이블은 UHD TV가 투자대비 SD에서 HD로 바뀔 때만큼 유의미하지 않다며 단호하게 `UHD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며 “그들은 UHD보다 색상, 명암 문제를 개선해 TV를 좀 더 싸게 보급하는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미래창조과학부의 UHD TV 조기 도입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래부는 UHD 상용화를 앞당겨 2014년부터 케이블 UHD 실시간 채널 전송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지난 7월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국내 콘텐츠 제작 80%를 지상파가 하는데 지상파를 빼놓고 UHD를 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공보처 차관 시절 위성방송의 디지털 방송을 혼자 반대했지만, 신기술이라고 국가가 밀고 나가 결국 콘텐츠, 셋톱박스 등 방송 생태계가 조성된 후에나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지상파와 케이블간 재송신 분쟁을 두고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 미국은 지상파가 의무 재송신을 하면 송신료를 받지 않고, 선택적으로 재송신에 동의를 할 경우 콘텐츠 내용에 따라 케이블사업자에게 재송신료를 받는다. 최근 미국 CBS는 전년대비 재송신료 5배 인상을 타임워너케이블에 요구해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국내 재송신료 문제는 연말까지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