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을의 반란`…산업부 산하기관, 기재부 경평 결과에 이의제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향후 평가에서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이 공개적으로 평가 결과에 불만을 표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관가에서는 `을의 반란`으로 불릴만한 일이다.

KTL은 지난달 나온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와 관련, 7월 초 기재부에 1차로 이의신청문을 보낸데 이어 최근 평가 결과 이유를 묻는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남궁민 KTL 원장도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의 제기 사실을 확인했다.

KTL은 지난 경평에서 기관장과 기관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직원 생산성이 낮아 주요 사업지표(20점 만점)에서 3.58점 감점을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KTL은 정규직 354명에 비정규직이 350명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50%에 이른다. KTL 측은 계약직인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정규직에 준하는 생산성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KTL은 공공기관 특성상 정규직 직원을 쉽게 늘리지 못한다. 사업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한 것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KTL은 평가 과정에서도 기재부에 이를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재부는 모든 공공기관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KTL은 이의 제기 후 아직 기재부로부터 공식 답변을 못받았다. 기재부 반응을 지켜본 후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행정소송도 검토 대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