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정치권과 산업계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전방위 로비가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법원과 행정부가 모두 자국 기업 애플 편을 들고 나오면서 향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례적 거부권 행사…향후 특허협상도 먹구름](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8/05/3.jpg)
◇뜻밖의 거부권 행사=ITC 결정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평가됐었다. 지금까지 총 6번의 거부권 행사가 있긴 했지만, 지난 1987년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거부권 행사가 없었다.
이번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일부 전망이 있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었다. 자국 기업 보호도 중요하지만, 특허권을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외신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USTR의 서한이 알려진 후 외신은 일제히 이번 결정을 보도했다. C넷은 “예상외의 결정”이라며 “많은 법률 전문가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특허 분쟁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애플 제품 수입금지가 공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표준특허 남용이 핵심`이라는 분석을 내놨고, 일부 매체는 `애플의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보호무역 논란=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이 표준특허 남용 견제라고 분석한다.
지난 6월 ITC의 결정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ITC가 수입금지 조치를 결정하는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표준특허에 대한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과 관련해서는 수입금지 조치를 더욱 신중히 봤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국 기업 보호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거부권 행사에 앞서 정치권과 산업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과 로비를 펼쳐 논란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상원의원 4명이 USTR 대표에게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달라”면서 `애플 제품 수입금지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의미의 서한을 보낸 것이 정치적 압박으로 분석된다. 미국 산업계 역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의 랜달 밀히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AT&T는 직접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특허 전쟁에 `먹구름`=거부권 행사로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협상에서 애플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ITC 결정대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애플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럴 경우 그동안 크로스 라이선스에 소극적이던 애플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다시 애플이 유리해졌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 호주 등에서는 특허 분쟁이 대등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애플의 우위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동준 특허법인 수 변리사는 “거부권을 꺼낸 이유가 싸워봤자 한쪽이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면서 “한쪽이 압도하지 못하니 적절히 크로스 라이선스나 화해를 통해 해결하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