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인연을 맺은지 33년,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낸 시간은 불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상처(喪妻)의 아픔이 고스란히 가시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얗게 센 머리는 더욱 하얗게 보였다.
최 회장은 책 두 권을 내밀었다. 김흥숙 작가가 쓴 `숲`과 `우먼에서 휴먼으로`다. 작가의 남편과 LG그룹 재직시절 동료였다는 친분으로 각각 5권씩 샀다. 그는 “간결하면서도 느낌이 다른 시와 다르다”며 “사는 게 고역이고 긴 여정이기 때문에 집사람이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긴 고난의 여정을 지낼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더라. 위로가 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픔을 일로 잊고 지내는 듯 보였다. LG홈쇼핑 시절부터 치면 케이블TV에 발을 담근지 벌써 15년 지났다. 그는 LG그룹과 LG홈쇼핑을 거쳐 GS울산방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케이블TV 양대 축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프로그램 채널방송사업자(PP)를 거친 뉴미디어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케이블TV가 1995년 뉴미디어로 시작해 18년 역사를 거치는 동안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다른 미디어가 나오면서 올드 미디어로 불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지금은 초고선명(UHD), HTML5,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으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하며 세 가지를 내세웠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등을 앞세운 방송법 법제정비, 케이블TV 산업 서비스 혁신, 시장성과 이미지 개선이다. 특히 방송법과 IPTV법이 통합돼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3분의 1로 점유율 규제가 바뀌어야 하는 등 스마트 미디어 규제체계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RF 전송방식 기술규제를 풀어 IP 방식으로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올IP 시대의 융합 서비스가 바로 창조경제와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 두 가지 법제가 정비되고 나면 협회나 협의회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 회장에게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SO 매출액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매출 다각화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는 “국내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은 미국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콘텐츠 활성화가 안 되는 것도 ARPU가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연구용역과 컨설팅 등으로 혁신 방향을 고민하고 정부의 진흥정책을 견인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인터뷰 중 최 회장이 건넨 책을 슬쩍 펴봤다.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바로 오늘, 생활을 고치자. 미래에 맡기지 말고,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 그는 말했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처럼, 한 번에 혁신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하겠지만 꿋꿋하게 실천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