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시기상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미국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내놓은 `초고선명(UHD) 방송은 시기상조`라는 뉘앙스의 발언이 적지 않은 파문을 초래했다. 이 위원장이 디즈니·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둘러보고 내놓은 발언이라 근거도 충분했다.

[관망경]시기상조(?)

방송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통찰력을 겸비한 이 위원장의 판단이라 발언의 무게감도 여느 때와는 달랐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발언은 UHD 실험방송을 개시한 미래창조과학부와 케이블TV사업자 행보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래부와 방통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비롯해 이 위원장의 발언 배경이 무엇이냐는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미래부와 케이블TV 사업자의 방통위를 배제한 듯한 행태에 불만(?)과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UHD 방송 생태계 미비를 지적한 이 위원장의 판단은 정확했다는 게 중론이다. 설득력도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반면에 아쉬움이 분명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 위원장이 미국이 아닌 일본을 방문했더라면 발언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일본이 글로벌 UHD 방송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상용화 일정을 앞당기는 등 민관이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위원장이 일본을 방문했다면 UHD 방송에 대한 안도감(?)이 아닌 위기감을 실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더딘 행보가 맞다고 장담할 수 없고, 일본의 가속이 바람직하다는 보장도 없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UHD 방송 시장을 선도할 지혜를 모으는 전환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