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1.8㎓·2.6㎓ LTE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경매를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논쟁의 관건은 `광대역`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는 투자비용 부담과 특혜논란, 불량 주파수(900㎒) 등 복잡다단한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 이유는 간단하다.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는 사업자가 품질과 서비스 등 모든 경쟁 국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특정 이통사는 얻으려 하고, 다른 통신사는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정부가 광대역 주파수 정책 로드맵을 앞서 명확히 제시했다면, 이런 소모적 논쟁은 아예 막을 수 있었다.
주파수 경매가 예고될 때마다 이통사가 사활을 걸고 `모바일 영토 확보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중장기 주파수 정책의 부재(不在)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 견해다. 이런 점에서 주요 국가의 광대역 할당 정책 사례는 우리나라 광대역 주파수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고가 될 듯하다.
스웨덴·오스트리아·스위스·이탈리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주파수 할당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방향성을 감지할 수 있다.
기존 주파수의 회수·재배치·재할당으로 주파수 대역 파편화문제를 해결하고 공평한 광대역화를 이뤄냄으로써 소비자 편익 증대와 투자활성화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그것이다. 국가 간 편차는 있을지언정 광대역화 할당을 위해 기존 사업자의 보유대역도 과감히 회수·재배치를 추진한다.
사업자에게 공평한 광대역 주파수 할당을 유도하고, 수년전부터 광대역 주파수 할당정책을 마련하고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LTE 등 미래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또 사업자의 주파수 확보 비용을 최소화,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할당정책의 최종 목표로 기술진화, 소비자 편익,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사례를 참조할 때 우리나라 LTE 주파수 경매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주파수 할당은 7년에서 10년까지 통신사에 주파수 사용권을 주는 것이기에 정책 당국이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제시, 이통사가 시장경쟁에 맞춰 주파수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돼야 마땅하다.
당장 방송계와 이견이 팽팽한 700㎒ 대역의 활용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2G 주파수 회수와 활용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주파수 계획을 조속히 제시해줘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중장기 주파수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부서 일원화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 주파수정책은 미래부(통신), 방통위(방송), 국무조정실(신규 주파수)로 3원화된 상태여서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주파수 수급·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은 주파수 회수·재할당·추가할당 등에 대한 청사진을 한시바삐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수렴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주기적으로 반복될 `모바일 영토 확보 전쟁`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모바일 강국을 선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주파수 관리·활용정책의 대계(大計)를 기대해본다.
배진한 상지대 교수 baebi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