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소셜기프트 새 장을 열다 `랩`

최환진 이그나잇스파크 대표 출사표

인터넷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 비즈니스 분야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 스타트업 인큐베이션과 멘토링, 교육 관련 일을 해오면서 유망 스타트업 분야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나름의 원칙을 갖게 됐다. 이번 코너에서 가능성 있는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국내에서도 멋진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소셜기프트 새 장을 열다 `랩`

랩 앱 페이지 화면. 페이스북 친구의 생일을 알 수 있다.
랩 앱 페이지 화면. 페이스북 친구의 생일을 알 수 있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소셜기프트 새 장을 열다 `랩`

랩(Wrapp)은 페이스북 기반 `소셜기프트` 서비스다. 한마디로 지인끼리 돈을 모아 선물하는 `십시일반 기프티콘`이다. 페이스북 친구 생일이나 기념일이 다가오면 알림을 주고 다양한 브랜드의 할인쿠폰을 제시한다. 사용자는 페이스북 그룹 친구들과 함께 할인쿠폰을 선물한다. 선물 선택 과정에서 소비자의 브랜드 우선순위를 파악해 새로운 버티컬 빅데이터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국내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는다. 1차부터 유명 벤처캐피털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2차에도 참여했다.

-정진욱 기자(이하 정진욱)=소셜기프트는 아직 낯설다. 개념을 설명해 달라.

▲최환진 대표(이하 최환진)=소셜기프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록된 지인 정보로 생일을 알고 여럿이 함께 선물하는 서비스다. 한 사람이 선물을 보내면 이 소식이 SNS 친구들에게 공유된다. 먼저 선물한 사람이 무엇을 보냈는지 확인하고 자신의 몫을 더해 규모를 키우거나 다른 제품을 선물할 수 있다. 처음부터 선물과 가격을 정하고 모금 형태로 친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생일 당일, 생일자 SNS에 축하 메시지와 선물, 선물을 보낸 친구 이름이 공개된다.

-정진욱=페이스북, 아마존이나 월마트도 소셜기프트 서비스를 하고 있다. 거인의 틈바구니에서 랩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환진=기존 서비스가 물건을 중심으로 접근한 반면에 랩은 쿠폰이 핵심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서비스는 선물을 사서 오프라인으로 배달해준다. 온라인쇼핑을 대신해주는 정도다. SNS 역할은 지인의 생일을 알려주는 정도에 머문다.

랩은 여러 사람과 함께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브랜드 할인쿠폰을 보낸다. 쿠폰은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다. 무료 쿠폰을 보내면서 유료 쿠폰을 더해 규모를 키운다. 나이키 무료 5% 할인권에 유료 결제로 10% 할인권을 더하는 식이다. 한 사람이 쿠폰을 선물하면 다른 사람이 같은 쿠폰 선물로 할인 폭을 키운다. 실제로 물건을 선물하는 건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부담이다. 랩은 할인쿠폰으로 부담 없이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든다. 정말 간단하다. 여럿이 모여 가치를 더한다. 덧셈만으로 설계됐다.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한 것도 인기 이유다. 단순히 스타벅스 커피만이 아니다. 의류와 안경, 자동차 소모품, 사무용품 등 생활에서 자주 쓰는 꼭 필요한 상품을 제공한다. 1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정진욱=비즈니스모델(BM)은 뭔가. 실제로 거래도 활발하게 일어나는가.

▲최환진=BM은 수수료다. 거래는 충분하다.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회원 100만명에 거래가 1500만건이다. 회원 1명이 15번씩 거래한 셈이다. 일단 한 번 써본 사람은 꾸준히 서비스를 이용한다.

-정진욱=`소셜`이 굉장히 `핫`해 보이지만 SNS도 그렇고, 소셜데이팅도 그렇고 국내에선 미국만큼 크게 성공한 서비스가 없다. 소셜기프트는 국내에서 가능성이 있나.

▲최환진=스마트폰 사용자는 기프티콘에 익숙한 세대다. 모바일로 쿠폰을 주고받는 게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상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셜 플랫폼을 잘 타면 경쟁력 있다. 랩이 성공한 이유는 개인 행사와 이벤트 정보를 모은 페이스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카카오톡과 연동을 고려해 볼만 하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탄 서비스가 나오면 굉장히 매력 있을 거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브랜드가 새로운 SNS 마케팅 채널을 찾고 있다. 카카오톡과 제휴하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기업들이 이동할 수 있다.

-정진욱=브랜드 확보가 중요하지만 스타트업 영업력으론 한계가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작은 스타트업 서비스에 들어가는 게 어떤 이점이 있나.

▲최환진=랩은 고객 취향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서비스다. 친구는 또래집단이다. 선물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같은 세대고 이들의 선택에서 특정 연령의 취향 정보를 알 수 있다. 내용은 `좋아요`로 정보를 수집하는 페이스북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페이스북은 호감 여부는 알 수 있지만 호감 정도를 알 순 없다. 많은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랩에서 선물로 선택되는 건 그만큼 호감 정도에서 앞섰다는 의미다.

개별 브랜드 입장에선 단순 판매와 더불어 구체적인 소비자 취향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쟁 브랜드 중 `원 오브 뎀(one of them)`인지, `넘버원`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 지점에 랩의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이 있다. 랩은 페이스북을 뛰어 넘는 버티컬 빅데이터 소스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소셜기프트 서비스로 끝나지 않을 거다.

-정진욱=국내 스타트업이 이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까. 주의할 점은.

▲최환진=일단 페이스북 기반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내 사용자가 10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규모는 충분하다. 구매력 있는 20~40대가 타깃으로 국내 유명 브랜드를 잡아야한다. 자주 쓰고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수요를 만들면 좋다.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만이 아니라 소소한 이벤트도 쉽게 등록하고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생일은 물론이고 소소한 모임 정보를 담은 캘린더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벤트가 등록되면 기분 좋은 선물이 생기는구나`란 경험을 준다면 성공이다. 한번 받으면 한번 주게 돼있다. 이게 반복되면서 서비스가 커진다.

-정진욱=랩 같은 스타트업이 나오면 얼마를 투자할 건가.

▲최환진=10억원이다.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웃음) 이 투자가 성공하면 해당 기업 가치는 300억원은 될 거다.

-정진욱=랩 성공에서 배울 점은.

▲최환진=핵심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소셜기프트 서비스는 단지 SNS로 지인 생일을 알려주고 선물 구매를 유도하는 정도다. 랩은 여럿이 함께 선물한다. 선물도 물건이 아닌 모바일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다. `소셜`과 `모바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서비스다.

최환진 대표가 평가한 `랩`(5점 만점)

랩 현황


자료:크런치베이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