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개성공단과 밀양송전탑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북한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한때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두고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태세였다. 북한은 우리의 회담수용 독촉에 14일 7차 회담을 갖자며 제안해 왔다. 꺼져가는 개성공단의 불씨를 살린 셈이다.

[데스크라인]개성공단과 밀양송전탑

현재 북한과의 경제협력 연결고리는 일시적으로 끊어졌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전력이다. 개성공단 전력공급은 남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다. 금강산 관광과 경제협력 창구가 막혔다 해서 쉽게 전력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다. 한반도라는 땅과 동북아라는 주소, 수천 년을 함께 살아온 한민족이라는 인도적 측면도 있다.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개성공단 내 정수장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생산되는 수돗물의 70%를 마시는 개성 시민들은 건강상 유해할 수 있는 지하수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 만큼 남한의 전력은 북한 개성시민의 맥박을 건강하게 뛰게 하는 심장과도 같다. 공급량을 줄였지만 한국전력은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문산변전소에서 154㎸ 송전선로를 통해 개성공단 내 평화변전소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동족상잔의 아픔을 뒤로 하고 북한에 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남한 일부 구간은 전력공급이 끊겨 있다.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밀양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갈수록 미궁 속이다. 벌써 8년째다. 여야가 추천한 9인의 전문가협의체는 실망스러운 `반쪽 권고문`만 내놓았다.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누가 나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 송전선로 건설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른 적법한 공익사업으로 방해행위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강제하지 않는다. `국민정서법`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밀양 주민에게 편지 형식의 호소글을 보냈을까. 윤 장관은 이번 여름휴가를 밀양에서 보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밀양을 방문한다. 아예 한전 직원들은 단체로 밀양에서 `휴가봉사`에 나섰다.

밀양송전탑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만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 관련 공기관 모두가 나서도 부족함이 크다. 전력난이 살얼음판을 거듭하는 지금, 청와대도 무한 책임이다. 내 일이 아니라는 식의 먼 산만을 바라 볼 시점이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밀양을 방문해 지역민심을 어루만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야 한다.

요즘 35도를 웃도는 폭염은 전력 보릿고개를 실감케 한다. 12일 새벽 발전용량 50만㎾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가 갑자기 가동을 정지하면서 전력수급은 깔딱고개를 넘고 있다. 전력당국은 지난 9·15 정전사태와 같은 순환정전까지 고려한다.

더 큰 문제는 밀양송전탑이 제때 세워지지 않을 경우 다가올 동계피크의 전력난이다. 12월 가동하는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실어 나를 수 없다. 최소 6년에 걸쳐 6조원이 투입된 원전 구축예산을 그대로 땅에 흘려버리는 꼴이 된다. 한번 가동된 원전은 특별한 고정이 없는 한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력난리는 정부의 빗나간 전력수요 예측이 원인이다. 국민은 눈치 보며 에어컨을 켠다.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 탓만 해야 하는가. 인도적 차원의 개성공단 송전에서 보듯이 목적과 가치를 최대화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