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학-정부 수업목적보상금 `쩐의 전쟁`

수업목적 저작물 보상금 27일 판결

법원은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대교협이 문화부를 상대로 제기한 수업목적보상금 관련 소송에 대한 결론이 오는 27일 나오면 2학기를 맞은 전국 대학이 또 한번 들썩일 전망이다.

[이슈분석]대학-정부 수업목적보상금 `쩐의 전쟁`

지난해 말 대교협이 정부를 상대로 수업목적보상금과 관련 보상금 기준 고시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낸지 8개월여만이다. 판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학은 대략 70억원을 보상금으로 내야한다. 대학별로 평균 1600여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행정소송에 관심이 커지는 데는 전국 432개 대학이 모두 걸려있는 송사인데다 수업목적보상금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최초의 판결이란 점 때문이다.

◇대학, 왜 행정소송을 제기했나

대학이 정부 고시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문화부가 지난해 4월 27일 공표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유·초·중등교육분야와 동일하게 수업목적 저작물을 무상이용하고 보상금 지급을 유예하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기관만 유상이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그는 이어 “수업에 활용되는 저작물은 대학교수가 저작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저작권자인 5만6600여명 교수가 무료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보상금을 낼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보상금 산출기준이 과다하고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수업목적 보상금 산정 기준을 종량방식과 포괄방식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지만 산정금액이 과다하고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시한 수업목적보상금을 수령·분배하는 저작권단체인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의 적합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소송 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전협이 그간 수령한 보상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고 있는 데다 비록 대학이 보상금을 낸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저작물이 얼마나 이용됐는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저작권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지금처럼 분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징수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학의 교육기관 특성, 국제법 모두 반영해야”

이에 대해 문화부는 대학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리는 공공성격의 교육기관이 아닌 선택자가 이용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 논리를 편다.

문화부 저작권산업과 관계자는 “대학은 초·중등교육과 달리 선택의 폭이 제한된 고등교육기관”이라며 “수업목적보상금을 무료이용하는 초·중등교육기관과는 명확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수업목적보상금을 수령 분배하도록 지정한 복전협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상금 수령단체로 지정된 복전협은 개인 신탁저작물과 권리단체를 정회원으로 구성한 단체로 해당 저작물 신탁여부와 상관없이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고 수령한 보상금을 저작재산권자에게 분배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수령한 보상금에 대해서도 실태조사 등을 통해 분배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포괄방식을 선택한 대학에는 실태조사와 이용내역을 근거로 분배가 가능하고, 대학이 선택하지 않을 경우만 문화부 승인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초기 보상금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반대학 학생 1인당 1년 수업목적보상금은 1879원으로 당초 책정 보상금 3132원 대비 40% 가량 낮춰졌다”며 “대학이 주장하듯 보상금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화부는 수업목적보상금 수령은 외국과의 조약인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문화부 관계자는 “국제 저작권협약에 따라 회원국은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에 제한을 가하거나 예외를 둬서는 안되며 그 제한은 권리자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특별한 경우로 한정한다”며 “우리나라는 저작권 이용허락 범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어 조약 위반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저작권법 개정 불사” vs 정부 “저작권자 보호 최선”

대학은 소송에 지더라도 저작권법을 고쳐서라도 수업목적보상금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미 국회에서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있다”며 “대학을 공공교육기관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행정소송에 지더라도 법 개정 절차에 따라 헌법 소원 등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부도 저작권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화부 관계자는 “수업목적보상금은 저작물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이를 분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저작권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어 “대학에서 줄곧 불거졌던 표절 문제 역시 저작권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사례가 많다”며 “타인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는 풍토가 이뤄져야 대학교육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