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의 라이선스 스토리]<10·끝>퍼블리시티권

최근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을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해 홍보를 한 업체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자기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됐다는 것이 주된 소송 이유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업체가 홍보를 위해 개설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연예인 이름이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문제가 발생한 게 대부분이다.

[민인기의 라이선스 스토리]<10·끝>퍼블리시티권

자신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진이나 이미지 등을 제3자가 허락없이 무단으로 이용하면 인격권에 해당하는 초상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초상권과 별도로 침해를 주장하는 `퍼블리시티권`이란 무엇일까. 초상권 외에 굳이 해당 권리의 침해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퍼블리시티권은 쉽게 `특정인이 자신의 성명, 초상, 목소리, 이미지나 캐릭터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혹은 제3자에게 상업적인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은 CF모델 활동 등에서 보듯 자기 이름이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다양하게 이용해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광고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 자신의 동일성(Identity)은 단순히 인격적인 요소를 넘어 재산적 가치를 가지게 됐다.

이 때 제3자가 이미지 등을 무단 사용하면 해당 유명인 입장에서 직접적인 수입 감소가 발생한다. 사용 방식에 따라 이미지 하락으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그런데 초상권 침해는 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개념으로 배상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개념은 바로 위와 같이 자기 동일성에 부여된 재산 가치 보호를 위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부터 광고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판례와 각 주의 성문법에 따라 보호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를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법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를 통해 점차 인정이 되고 있는 추세다.

연예인 등 유명인 사진이나 이미지 혹은 성명 등을 무단 사용하는 경우가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계약 범위를 벗어난 사용이나 무단사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학설은 일반인도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된다고 보고 있다.

특정인 성명 등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변형을 한 경우에도 여전히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본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 실제 법원은 최근 야구게임을 서비스 하면서 전직 프로 야구선수의 성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영문 이니셜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무단 이용한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했다.

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의 인기 캐릭터를 해당 연예인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영구`처럼 개그맨이 만든 유행어나 특정 캐릭터를 함부로 이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명시적인 판단이 내려진 바 없지만, 미국에서는 특정 유명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 광고를 제작한 경우에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자신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이름이나 이미지 등에 대한 상업적 이용권도 법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인 까닭에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권리자로부터 정당한 사용허락(라이선스)을 받아야 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유명인의 이미지 등을 활용한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되는 영역 또한 점차 다양해지고 있으며, 관련 분쟁 또한 증가하고 있다. 타인의 동일성을 활용할 때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라이선스를 받을 경우에도 세심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민인기 법무법인 태평양(BKL) 변호사 ingi.min@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