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특허 전쟁이 미 연방법원뿐 아니라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으로 번지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소송 방어 전략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는 회피 설계를 적극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조언했다.
정승복 특허법인 가산 미국 변호사는 20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미, ITC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ITC에서 수입 배제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설계를 변경한 제품으로 계속 수입이 가능하다”며 “실질적으로 ITC 수입 배제 결정을 회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ITC는 미 관세위원회가 1974년 개정 통상법에 의거해 오늘날 권한을 가지게 됐다. 행정소송이나 법원 절차와 유사하다. 1988년 법 개정에 따라 지식재산(IP)권 침해에 대해 미국 산업 피해를 입증할 필요가 없어 특허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ITC 결정으로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의 미래 수입 금지는 가능하지만 과거 침해 보상은 불가능하다”며 “설계 변경 국내산업 요건 결여 등 방법으로 분쟁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C에서 특정 제품에 수입 배제나 금지 결정이 나더라도 제품 설계를 바꾸면 지속적인 대미 수출이 가능하다. 설계 회피 전략으로 분쟁을 우회하려면 회피 설계가 ITC 판단사항에 반영돼야한다. 즉 회피 설계가 ITC 조사과정에 포함돼야한다는 의미다.
정 변호사는 “원고는 회피 설계가 ITC 조사범위 밖이라고 생각해 수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행정판사(ALJ)는 회피 설계물이 또 다른 ITC 소송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주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회피설계가 분쟁 화해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기업은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 요건 결여는 특허 실시권자가 자본투여, 고용, 연구개발(R&D) 투자 등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인정돼야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방어전략이다. 단순 마케팅 활동에 그친 기업은 ITC 제소 요건을 피할 수 있다.
세미나에서는 정 변호사의 `미국 연방법원 및 ITC 소송제도 비교` 주제 강연 후, 고충곤 GTL파트너스 CPO의 `미국 ITC 판결동향 및 분쟁 사례`,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양헌 미국 변호사의 `삼성 대 애플의 ITC 특허소송 분석` 등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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