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에서 의미 있는 회의 결과가 나왔다. 새누리당 에너지특위가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연료비 연동제 시행과 주택용 누진제 축소 등을 담은 개선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가 에너지특위의 개선책을 수용하면 2011년 7월 도입하려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반영하지 못한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다. 현행 6단계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해 900㎾h 이상은 요금 부담을 늘리고 200㎾h 이하는 현행 수준 유지, 200㎾h~600㎾h 구간은 단일 요율 적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절·시간별 차등요금제 등 수요관리형 전기요금 제도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성역이었다.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근거는 충분하지만 섣불리 나섰다가는 민심을 잃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조를 보기 힘들다. 민심에 민감한 국회는 말할 것도 없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하면 당장 `국민정서법`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표`와 직결된 국민정서법의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기요금 인상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표현한 이유다.
전기요금 인상은 이명박 정부 초반 적자에 빠진 한국전력이 요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폭염과 한파로 여름·겨울철마다 전력위기가 반복하자 전기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몇 차례 전기요금이 오른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보다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특위의 개선대책이 단순히 전기요금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연료비가 변화함에 따라 전기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어서 요금 현실화 쪽에 맞춰진 셈이다. 무엇보다 `표`를 의식하는 국회에서 전기요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뤘다는 점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국민 역시 2011년 9·15 순환정전 등 여러 차례 전력위기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절약 인식이 확산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전력거래 선진화는 전력 걱정 없는 날을 만드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