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와 대주주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경제계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상적인 기업 경영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19개 경제단체는 22일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
경제단체들은 “현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우리 기업에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강요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외국계 펀드나 경쟁 기업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기업 지배구조에 있어 자율 선택권을 준 현행 상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들은 특히 감사위원을 의무적으로 분리 선출하게 되는 상법 개정안 규정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권이 외국계 펀드에 농락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하는데 개정안대로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한 가운데 감사위원을 별도 선임하면 경영진 선임에 있어 대주주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소수 주주들이 손잡고 최대주주에 맞서 경영권을 장악하거나 회사경영에 심각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상법 개정안에 따라 집중투표제가 도입돼 2대, 3대 주주들이 자신들이 선임한 이사를 통해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행위를 할 경우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도 어려워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입법 취지로 내세운 소수주주 보호보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권한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외에도 집행 임원제도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도 개정,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건의문을 발표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별기업의 소유구조나 영위업종, 시장의 경쟁과 자본시장의 발달 정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열한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 이처럼 손발을 묶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도록 하는 것은 해당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쟁점 상법 개정안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