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방사선에 피폭된 음식물부터 원전 안전성 우려까지 방사선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방사선은 우리 가까이 있다. 원전사고가 아니라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많든 적든 일정량 방사선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환경 방사능은 사람이 생활하면서 노출되는 모든 방사선이나 방사능 물질을 의미한다. 토양에 섞여 있는 방사성 물질뿐 아니라 공기 중 먼지, 동식물 등으로부터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 환자 질환 검사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많은 의료기기 때문에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한다.
#프랑스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은 실험실에 놔둔 우라늄 광석 때문에 사진 건판이 검게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마리 퀴리와 게르하르트 슈미트는 토륨 광석도 우라늄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퀴리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진 건판을 검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이 보이지 않는 것이 방출된다는 의미로 `방사능`이라고 불렀다. 방사능을 발견한 퀴리 박사는 방사선에 노출돼 악성빈혈로 사망했다.
방사선은 에너지가 커 투과성이 좋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에너지를 잃으면서 나오는 엑스선은 의료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CT)이 대표적이다. 첨단 의료장치인 양전자방출진단장치(PET)도 방사성 동위원소를 투여해 인체 내 생리현상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의료영상기기 때문에 생기는 방사선 피폭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의료 영상기기 과잉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30일 이내 다른 병원에서 CT를 재촬영하는 환자는 총 35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CT 촬영자 대비 20%에 달하는 수치다. 동일 질병을 확인하는데 CT를 두 번씩 찍는 병원도 있고 2차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 3차 병원인 대학병원에서 다시 CT를 찍는 경우도 있다.
CT 촬영은 크게 두부·흉부·복부 촬영으로 나뉜다. 안상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상의학과장은 “두부 CT 1회 검사 시 2.9밀리시버트(mSv), 흉부와 복부 CT 1회 검사시 각각 5.7mSv, 11.5mSv 정도 피폭이 발생한다”며 “연간 자연방사선량은 2.4mSv 정도로 방사선 종사자에게 1년 제한하는 한계선량은 20mSv 정도”라고 설명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는 환자 안전과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타 병원에서 촬영한 의료영상기기와 동일하거나 유사 촬영을 한 영상을 가져오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촬영을 하지 않는다.
안 과장은 “방사선이 몸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나 의료 피폭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얻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신중히 검사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는 신체 조직이 성인보다 방사선에 더 쉽게 손상된다. CT 촬영 시 암에 걸린 위험이 훨씬 높다. 지난해 미 국립암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CT 촬영을 한 어린이 환자 1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는 CT 촬영 두세 차례 후 뇌종양에 걸린 확률이 3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가 5~10차례 CT 촬영 후 백혈병에 걸린 위험이 3배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CT 촬영처럼 소량 방사선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는 아직까지 과학적 쟁점으로 남아있다.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으로 CT 검사와 일반 엑스레이 촬영 시 권고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연령층 국가 환자 선량 권고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어린이 환자 선량 권고기준과 함께 어린이 엑스레이 촬영 시 의료기관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표준 촬영기법 가이드라인도 제공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