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시부야는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거리로 유명하다. 젊은 패션의 중심지이자 일본 클럽문화가 숨쉬는 곳이다. 이곳에 최근 두 가지 한류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중 하나는 K팝 댄스 경연대회인 `커버댄스 페스티벌`이다. 최근 일본 시부야 한 클럽에는 관객 700~800명이 18개팀 경연자와 함께 흥을 돋우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크게 울려 퍼지는 K팝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경연자는 마치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 비스트, 2NE1 등을 판박이한 듯한 동작을 뿜어냈다.
일본 각지에서 1000여팀이 넘는 팀이 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지역 예선에서 선발된 팀이 무대를 누볐다. 드라마를 넘어 K팝이 현지에 뿌리를 내린 셈이다. 또 다른 한류 붐은 시부야가 본사인 라인이다. 우리나라 포털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일본에서 47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라인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다.
짧은 일본 방문이었지만 길거리에서 일본 사람들이 휴대폰 통화를 하는 광경을 목격하기 어렵다. 잠시 길가 구석에서 키패드에 열심히 적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슬쩍 곁눈질해보면 대부분 연두색 바탕 SNS로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라인 메신저다. 일본 국민 3분의 1이 라인을 쓴다는 게 실감난다.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부상하면서 성과도 커지고 있다. 캐릭터 형태 스티커 판매가 월매출 10억엔을 돌파했다. 월 10억엔을 바탕으로 연간 스티커 매출을 120억엔으로 추산하면 일본 피처폰 시절 당시 전체 스티커 시장의 56%에 이르는 수치다. 머그잔·노트·과자 등에 라인 캐릭터를 붙이는 라이선싱 상품 판매 시장도 40억엔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조만간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몇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까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물론 일본 사람들은 라인을 일본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본사가 일본 도쿄에 있고 임직원 대부분이 일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화나 콘텐츠는 다른 나라에 팔리고 침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K팝과 라인이 빠르게 뿌리내린 것은 현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지인을 고용하고 현지인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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