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재부와 IT

[데스크라인]기재부와 IT

`공무원 접대를 받는 유일한 공무원`.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기재부는 힘이 있다. 그 힘은 부처 예산권에서 나온다. 내년 예산안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요즘의 기세는 그야말로 상한가 이상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사무관조차 만나기 힘들다. 국회의원들조차도 기재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얼마 전 한 지인은 “의원들이 불러도 기재부 국장들이 안 오더라”며 기재부 파워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슈퍼갑인 기재부는 IT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당히 부정적이다.

지난 몇 개월간 기재부를 출입하면서 이를 몇 차례 경험했다. 지난달 이맘때쯤이다. 기재부가 예산낭비신고센터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센터는 국민 세금이 올바로 사용되고 있는지, 예산 낭비 부분이 없는지를 살피는 곳이다. 기재부가 재정분야 경험이 풍부한 퇴직공무원 8~9명을 위원으로 위촉해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센터에 IT 분야 위원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재부가 IT분야 위원 두 명을 새로 뽑았다. 정부발주 IT사업에 예산낭비 부분이 많다고 본 것이다. 정보화 담당 공공기관에도 기재부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지난달 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보화 부문 공공기관을 우선적으로 상시 점검한다고 한 게 그 예다. 6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기재부가 대규모 투자사업 심층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정보화사업에 낭비 부분이 많아 앞으로 성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연구개발(R&D) 사업과 달리 정부 정보화사업은 일관성 있는 성과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 발주 IT사업은 보통 민간발주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공공 IT사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 사업은)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재부는 정부발주 IT 예산을 향후 더 빡빡하게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산SW업체 유지보수 요율 인상이 예산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기재부의 이런 IT 홀대 시각과 무관치 않다.

기재부가 낭비성 예산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IT 문외한인 그들이 기술과 시장 생태계를 무시하고 무작정 비용 절감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문제다. IT는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엔진이다. 우리나라의 IT 수출 비중은 OECD 국가 중 1위다. 자동차 등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도 한다. 행정·교통·기상·관광·의료·문화·예술 등 사회 전반의 대국민 서비스 향상은 IT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며칠 전 김성태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이 한 조찬세미나에서 “빅데이터는 사회 문제 해결의 첨병이고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중요성에도 IT가 우리나라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기재부에서는 예산을 낭비하는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퍼즐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재부 IT 홀대는 일정 부분 IT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IT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이다. 민관을 떠나 IT인들은 이제 기재부에 대고 크게 말하자. IT는 코스트(비용)가 아니라 혁신과 편리성 향상의 최고 도구(툴)라고.

방은주 부장(세종시)=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