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IT융합 가로막는 환경부터 바꿔야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의료IT 시장이 장밋빛이다.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 2010년 1200억달러에서 2020년이면 5000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의료IT 시장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산업이다. 더군다나 의료IT 시장은 아직 시장 지배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인프라와 제조 경쟁력이 결합하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약하다. 단품 의료기기 개발 경쟁력은 수준급이지만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같은 핵심 장비는 외국 제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국산 의료기기도 패키지로 구입하는 병원 특성상 의료현장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IT·전자기기 제조업보다 의료기기 분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의료기기에 첨단 IT가 결합해야 하지만 아직 우리 의료산업 현장은 융합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은 하버드대학 등 13개 대학 연구실에서 융합연구 틀을 구축하고 협력하는 반면에 우리는 의료분야와 타 분야가 융합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없는 셈이다. 송시영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은 의료현장에서 체험한 융합을 가로막는 문제점으로 경험부족과 산업화 전문기능 취약, 의료계(대학) 평가 관행 등을 꼽았다. 정부가 e헬스케어·u헬스케어를 표방하며 산업 활성화에 나선지 10년 넘었지만 법제도에 막혀 원격의료조차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졌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말이면 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조성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등 핵심시설들이 들어선다. 정부가 세계 의료시장을 겨냥해 의료기관과 의료기기 제조업체, 제약업체를 한 곳에 모아 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모델이 IT와 의료의 융합에 성공하고 시장(병원)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면 태동하는 세계 의료IT 시장 선점도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