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손해 배상액 올려야 한다"

현직 부장판사가 특허 침해시 낮은 손해배상액에 대해 법원도 현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의 적극적인 소송 참여로 적절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데 기여해야한다는 주문이다. 한동수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8일 서울 노보텔 강남 엠배서더에서 지식재산협회(KINPA) 주최로 열린 `지식재산 최고책임자(CIPO) 조찬세미나`에서 “우리나라 판사도 특허 발명가의 노력과 기술 가치를 존중하고 지식재산(IP)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며 “법원에서도 특허 침해 소송 절차와 손해배상액 현실화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 한동수 부장판사가 `특허재판의 현황과 주요 판례 동향`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한동수 부장판사가 `특허재판의 현황과 주요 판례 동향`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산정하는 손해배상액이 적어 특허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에서는 손해배상액이 적어 특허권을 쉽게 침해할 뿐 아니라 특허권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 침해 소송 건당 평균 손해배상액은 5000만원 수준으로 미국 2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과 애플 특허 분쟁에서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삼성이 지불해야할 손해배상액을 5억9950만달러(한화 6500억원)로 판시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손해배상금 2500만원만 인정했다.

한 부장판사는 현실성있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데 필요한 증거 자료를 얻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특허 침해 소송 전략 상 기업이 매출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하길 꺼려한다”며 “현실적인 데이터가 없어 재판관도 손해배상액 책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제도로 특허 침해 소송시 해당 자료를 소송당사자와 법원에서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증거 제출 요구는 강제성이 없어 기업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한 부장판사는 “증거 자료 수집이 어려운 만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특허법 128조)보다 판사 재량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송당사자와 대리인이 정당한 배상액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에 적극 참여해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