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와 간담회를 열어 재계를 다독이고 재계도 기업 투자 확대로 화답하면서 하반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청와대가 그룹 총수 간담회를 연 것은 하반기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첫해 후반기 국정 운영의 최대 과제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꼽고 있다. 과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 협조가 절대적이다.
재계가 백지화를 요구하는 상법 개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해 투자를 이끌어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제 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재계 의구심을 털어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기업인은 국정의 중요한 동반자”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고 일자리도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라는 방침을 견지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초부터 경제민주화 입법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 강화, 대기업 오너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면서 대기업 투자가 얼어붙는 등 재계가 움츠러든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경기 위축과 맞물리면서 자칫 경제난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오찬을 열어 우리 경제의 기관차와도 같은 대기업을 격려하고 과감한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약속에 재계는 하반기 투자와 고용 확대로 화답했다. 국내 30대 그룹은 상반기 투자는 부진했지만 하반기 투자를 늘려 보충할 계획임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산총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의 `2013년 투자·고용계획 및 상반기 집행 실적`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올해 연초 계획에 비해 5조9000억원(4%) 증가한 총 15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고용 규모도 연초 계획 대비 1만3000명(10%) 많은 14만7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30대 그룹은 올 상반기 연초 계획의 41.5%인 61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 진행률 46%보다 낮은 수준이다. 투자 규모도 작년 실적(69조원)을 밑돌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가 지연된데다 주요 프로젝트가 하반기에 편중된 탓이다.
30대 그룹은 상반기 투자가 전년 수준에 못 미쳤지만 전체 투자계획을 늘려 공격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연초 수립한 148조8000억원을 웃도는 15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지난해 투자실적 138조2000억원보다 12% 늘어난다.
현재로서는 하반기 투자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30대 그룹은 지난해에도 151조원 투자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집행은 8.5%가량 모자랐다. 상반기 투자 부진 이유 중 하나였던 대내외 불확실성이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하반기 투자 여건이 호의적은 아니다.
일단 정부는 기업 투자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다양한 투자활성화 과제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5월과 7월 두 차례 열린 무투회의에서는 총 79건의 과제가 발굴됐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노사·환경 관련 규제 입법이 기업 투자에 과도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