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처럼 치열했던 주파수 경매가 지난달 30일 종료된 직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각 진영은 저마다 `만족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짧은 시간 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KT는 “합리적인 금액의 바람직한 결과”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3사 중 가장 넓은 폭의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를 확보했다”고 논평을 냈다.
하지만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것이 전쟁의 법칙이다. 통신 3사가 모두 실리를 챙겼다고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1.8㎓ 차지 대결`이 분수령
KT가 그토록 원했던 자사 1.8㎓ 주파수 인접대역(D블록)을 9001억원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에 확보하면서 표면적인 승자가 된 것 같지만 실속은 SK텔레콤이 더 많이 챙겼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역시 1.8㎓ 주파수가 이미 사용하면서 전국 84개시에 망을 구축해 큰 비용과 시간 소모 없이 LTE 광대역화에 나설 수 있는데다, LTE 시장에서는 KT보다 더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지는 LG유플러스의 조기 광대역 서비스 개시를 방어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최후 밀봉입찰 시 밴드플랜1의 C블록에 SK텔레콤보다 2000억원 이상 높은 1조2700억원 안팎의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일전(一戰)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1.8㎓ 광대역 차지 대결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SK텔레콤으로선 LG유플러스보다 적은 금액을 베팅하고도 1.8㎓ 광대역을 차지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LTE 시장에서 유례없이 공격적 행보를 보여왔던 LG유플러스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 결과”라며 “SK텔레콤이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KT가 D블록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낮은 금액을 써 냈거나 LG유플러스가 금액을 더 높게 써냈다면 밴드플랜1이 승자플랜이 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KT 역시 `1조5000억~2조원`이라고 평가받던 D블록을 최대 절반 이상 적은 9000억원대에 차지해 두둑한 실리를 챙겼다. KT를 저지한다는 큰 밴드플랜1보다 1.8㎓ 광대역화에 더 큰 무게를 뒀던 SK텔레콤 덕분에 챙긴 승리다. 업계 일각에선 “SK텔레콤이 처음부터 1.8㎓ 광대역화를 목표로 경매에 임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오름입찰 때부터 SK텔레콤은 밴드플랜1에서 `최소입찰증분`인 0.75%만 높이면서 추이를 지켜봤고, 이 플랜의 가격 상승은 LG유플러스가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SK텔레콤은 KT의 D블록 차지를 밝힌 만큼 심각하게 우려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LG유플러스는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LTE 시장에서 치고 나가며 얻은 자신감으로 높은 금액을 베팅했지만 SK텔레콤과 KT의 베팅 합계를 이기지는 못했다. 대신 40㎒ 폭의 가장 넓은 2.6㎓ 광대역 블록을 기존 주파수 반납 등의 조건 없이 최저가(4788억원)에 가져오게 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단 가장 넓고, 새로운 주파수 영토를 먼저 확보한 셈이다. 주파수 대금에 투입하는 비용을 아껴 마케팅 등 다른 분야 투자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SK텔레콤과 KT 모두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방안일 뿐이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적절한 전략을 취했고 최선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1.8㎓ 20㎒ 폭 1년 이상 유휴대역으로
SK텔레콤은 우선 6개월 내 기존의 1.8㎓ 대역 상하 20㎒폭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 대신 반환한 주파수 만큼의 새 주파수 할당대가가 상계돼 1조500억 중 6000억원을 할인받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SK텔레콤이 반납하는 1.8㎓ 대역 주파수는 2014년 말까지는 별도 경매에 부치지 않을 방침이다. 향후 이 유휴대역의 향배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KT는 내년 3월까지는 수도권만 광대역 서비스 개시가 가능하고 이후부터 광역시, 내년 7월부터 전국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먼저 커버리지를 넓힐 경우나 타 통신사와 `로밍협약`을 할 경우는 조건이 해제된다.
3사 모두 할당대금은 올해 내 전체 낙찰가의 25%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할당기간인 8년간 분할해 내면 된다. 망구축 이행 실적도 미래부가 규정한 대로 제출해야 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