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퀄컴 태풍 주의보를 발령합니다

[데스크라인]퀄컴 태풍 주의보를 발령합니다

20년 만의 열대야로 이어진 폭염이 지나자 바야흐로 연중 최고의 날씨가 눈앞에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청량감을, 낮에 내리쬐는 햇볕은 따스함을 준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 가을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태풍이다. 한반도를 비켜 가면 다행이지만 자칫 관통하면 큰 피해를 본다.

승승장구를 거듭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계를 향해서도 태풍이 몰려온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애플이나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 덜미를 잡히게 만드는 태풍, 그 이름은 `퀄컴`이다.

태풍 `퀄컴`의 가장 큰 위력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 물량 부족이다. 스마트폰 AP는 컴퓨터 CPU와 마찬가지로 두뇌 역할을 하는 최고 핵심 부품이다. 절대강자 퀄컴 AP 공급이 조금만 흔들려도 스마트폰 업계는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 태풍 `퀄컴`은 메가톤급이었다. LTE 지원 AP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스냅드래곤 S4 플러스`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 LTE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물량 확보 경쟁도 치열했지만 더 근본적 이유는 스냅드래곤 S4 플러스의 수율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스냅드래곤 S4 플러스는 TSMC가 28나노 공정으로 만든 첫 번째 칩이다. 이전 40나노 공정보다 훨씬 미세한 제조 기술이 필요했다. 당시 외신은 “TSMC의 스냅드래곤 S4 플러스 수율이 30%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연말까지 스냅드래곤 S4 플러스 공급 부족은 풀리지 않았다. 자체 AP 기술이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별 피해를 보지 않은 반면에 일본 스마트폰 업계는 AP가 없어 제품을 못 만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 번 잃은 기회의 후폭풍은 거셌다. 사업포기가 속속 이어져 11곳이던 일본 스마트폰 업체 수는 현재 4곳으로 줄었다. LG전자도 스냅드래곤 S4 플러스를 제때 받지 못해 야심작 `옵티머스G` 초기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올해 태풍 퀄컴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못지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역시 퀄컴 최신 AP `스냅드래곤 800`을 만드는 TSMC가 쥐고 있다. 스냅드래곤 800은 저전력 미세 기술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로 만든다. 같은 28나노 공정이라도 스냅드래곤 S4 플러스보다 더 어렵다.

니혼게이자이는 “TSMC 스냅드래곤 800 수율이 여전히 낮고 생산라인도 늘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TSMC 입장에서는 수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새로운 공법보다 기존 28나노 라인이나 차세대 20나노 기술에 관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전담하던 애플 AP 물량을 가져오면서 TSMC의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공급은 불투명한데 수요는 더 늘었다. LG전자와 모토로라를 시작으로 일본 업체까지 모두 스냅드래곤800에 의존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략제품 갤럭시노트3에도 스냅드래곤800을 쓰기로 결정했다니 설상가상이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는 좋으나 싫으나 퀄컴의 간택을 기다리는 처지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자체 AP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 LG전자는 안정적 공급을 받도록 판매를 늘려야 한다. 태풍은 대비 여부에 따라 피해가 다르다. 세계 최고 스마트폰 제조국답게 긴 안목과 호흡으로 퀄컴 태풍을 넘기길 기대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