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전력난 시장경쟁이 답이다

[데스크라인]전력난 시장경쟁이 답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게 어느덧 가을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이번 여름을 `순환정전`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많은 이들이 전력소비 증가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업들은 설비가동을 줄이고 국민들은 전기사용을 자제했다. `제발 절전해 달라`는 정부의 읍소를 국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 준 덕택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촌극이 다가올 동계피크에도 재연된다는 점이다.

해마다 겪는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가 조금씩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당정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전력시장 경쟁체제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김한표 의원은 발전사업자와 전기판매사업자간 계약거래를 승인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하진 의원도 수요관리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할 수 있는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6차전력수급계획에도 12개 민간기업 가운데 대기업이 8개다. 공급을 늘려 국민들이 더 이상 `전력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전력판매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서막으로 보인다. 국내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지난 2001년 이후 표류했다. 5개 발전공기업과 한국수력원자력이 한전으로부터 분할됐지만 민영화는 아직도 먼 산이다. 발전과 판매부문에 경쟁을 도입해 사업자 스스로 원가를 절감하고 스마트그리드 등 후방산업의 확대를 꾀한다는 취지 역시 무색해졌다.

현재의 전력시장은 엄밀히 말해 시장이 아니다. 발전부문은 경쟁체제가 도입됐다고 하지만 발전사마다 생산한 전기를 한 우물에 넣어 놓고 한전이 수도꼭지를 틀어 소비자에게 뽑아 주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권한도 없고,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하다보니 가격 정책이 전혀 의미가 없다. `잃어버린 10년`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잠잠하던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가 재점화 된 표면적인 이유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5년전 방송통신위원회는 국산 모바일 플랫폼 `위피(WIPI)`의 휴대폰 탑재 의무화를 해제했다. 당시 관련업계는 `쌀 개방을 받아들이는 농민의 입장`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위피를 걷어내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이 등장했고 소비자 선택의 폭은 확대됐다. 외산에 초토화될 것을 우려해 반대를 외쳤던 휴대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키웠다. 물론 시간을 벌어준 덕택이기도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 시장경쟁체제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추세다. 발전사가 혹은 민간기업이 전력을 사고파는 구조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은 전력을 판매하는 영업사원까지 등장했다. OECD 국가 중 판매경쟁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멕시코, 이스라엘뿐이다.

단순히 정전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전력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그리드와 ESS, EMS, 솔루션 시장 등 다양한 부가가치 산업의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력판매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부는 `인기 없는` 공공요금 인상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전기요금을 책임져야 하는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전력난은 상존한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지금은 전기가 모자라면 요금이 오르고 남아돌면 내리는 시장체제가 이뤄졌을 것이다. 집 전화를 한국통신(현 KT)이 독점하고 있다가 민간사업자가 등장하면서 통신시장이 발전했듯, 전력산업도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어 경쟁해야 발전할 수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