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에 남아있는 노키아 생산공장이 부활할지는 관심사다. 협력관계이면서 경쟁관계인 삼성전자의 윈도 모바일 사업에 변화가 올지도 주목된다.
◇국내 단말기 시장 영향 미미
국내 단말기 시장이 이번 MS의 노키아 인수에 영향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는 소비자 성향과 유통구조로 인해 외산 단말기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 도전한 외산 단말기 업체는 대부분 철수했고, 애플 아이폰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세계시장 점유율보다 훨씬 낮을 정도로 외산 단말기가 고전하고 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제조사의 무덤인데, 단말기 경쟁력보다는 유통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통신사가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획기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MS가 새 단말기를 내놔도 유통망에서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윈도 모바일 손 뗄까
삼성전자는 MS, 노키아와 각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윈도폰을 생산하며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MS와 협력해왔다. 하지만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돼 향후 삼성전자의 윈도 모바일 사업에 변화가 예상된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MS의 모바일 OS 정책 변화다. 지금은 윈도 모바일이 오픈 OS를 표방하지만 제조사를 확보하면서 향후 애플처럼 폐쇄형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윈도 모바일 사업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높다. 현재 연간 1~2 모델을 출시하는 수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출시 주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
국내 제조사 한 관계자는 “MS가 제조사를 보유하면서 다른 제조사 입장에서는 윈도 모바일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MS와 노키아 모두 협력관계인 만큼 이번 합병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키아TMC 부활하나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있는 노키아TMC의 향후 행보도 관심을 끈다. 노키아의 첫 해외공장이자 한때 최대 생산시설이었던 노키아TMC는 노키아가 부진에 빠지면서 동반 침체를 겪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마산 지역경제까지 영향을 줬다.
이번에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향후 휴대폰 생산을 확대할 경우 노키아TMC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키아TMC가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인수가 변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키아에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협력사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고정거래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물량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속 기구물·마이크로폰 등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도 노키아가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상당 부분 축소된 상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노키아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을 개발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며 “당분간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