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심사안 연구반보다 `후퇴`…종편에 대한 근본철학 없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심사 기준안을 연구반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낮추는 바람에 4일 위원회 전체회의가 부결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방통위는 지난 몇 달간 종편과 보도채널 재승인 심사안 연구반을 운영하고 2일 토론회를 열었지만 방통위 최종안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5일 오후 2시에 회의를 다시 열고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채널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방송평가 점수 비중 △과락 비율 기준 △심사위원 수 △점수 미달 시 조건부 재허가 또는 퇴출로 크게 네 가지가 도마에 올랐다. 종편과 보도채널은 1000점 만점 중 650점을 넘으면 재승인된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방송평가 점수 비중`과 `과락 비율`이다. 방송정책지원과는 이날 회의에 방송평가 점수를 350점으로 한 1안과 400점으로 한 2안 두 가지를 제출했다. 홍성규 상임위원은 “`1안 또는 2안`을 낸 것은 사무국 스스로 확신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일 과장은 “5일 회의에는 통일된 한 가지 안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방송 평가는 2012년 한 해의 콘텐츠만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 종편은 1년 9개월을 방송했다. 올해 상반기 문제가 된 `5.18 광주폭동` `중국인이라 다행` 등 방송은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대희 상임위원은 “오랫동안 쌓여온 노하우가 있는 제도인데 방송평가 비율이 매년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400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일 방송정책지원과장은 “종편은 2011년도에 개국해 지난 1년치만 방송평가 결과가 반영된다는 현실을 고려해 낮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락 비율의 경우 연구반은 핵심 심사항목 배점이 60% 미만일 경우 총점 650점을 넘어도 제재를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 기준을 지상파 수준인 40%로 낮췄다. 즉, 100점 만점에 60점을 맞아야 통과할 수 있는 기준을 40점으로 낮춘 것이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통신사는 총점 70% 미만일 때 과락, 항목별로 60% 미만일 때 과락”이라며 “통신도 이렇게 엄격하게 하는데 그동안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킨 종편을 왜 40%로 낮췄나”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지상파보다 높게 규제해 지상파 수준으로 올리고 엉망인 방송을 시청자들이 볼만하게 만드는 게 방통위 재승인 목적”이라며 “방송의 역사성을 고려해 짧은 역사를 가진 종편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떻게 맞출 것이이냐에 대한 고민이 심사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학교에서 수학, 국어, 영어 등을 시험볼 때 국어는 400점, 영어는 200점을 받아 다른 것은 잘했는데 한 과목 못해 전체적으로 영향받는 문제점도 있다”며 “하루 더 토론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안건에 심사위원 수를 11명으로 올렸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15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총점 650점에 미달할 경우 조건부 재허가를 내줄 지 또는 퇴출시킬 지에 대한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다. 방통위는 관련 법령 위반사례에 대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 등` 심사사항의 심사항목인 `관련 법령 위반 사례`에서만 감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기준안 비교

종편 심사안 연구반보다 `후퇴`…종편에 대한 근본철학 없어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