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를 인수했다. `빅 뉴스`였지만 무덤덤한 반응도 많았다. 내리막 길에서 동거해온 두 기업의 마지막 승부수는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에 팔리면서 `빅딜 뉴스`에 내성이 커진 측면도 있다. 그래도 강한 의문이 생긴다. MS는 왜 효용가치가 다한 노키아를 인수했을까. 정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까.
미국과 한국 언론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자(loser)끼리 만나봤자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한다. 세계 윈도폰 점유율이 고작 3.9%인 것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분석이다. 포브스는 “이번 인수로 윈도폰 OS(운용체계) 라이선스 사업이 되레 곤란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짜 그럴까.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다. 이윤이 남지 않는다면 단돈 10원도 투자하지 않는다. MS는 시장논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 기업이다. 아무리 헐값이라지만 8조원의 거금을 투입할 때는 명확한 비전과 승산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럽 언론의 정반대 평가가 더욱 눈길을 끈다. BBC는 “MS가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모바일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하려는 것은 아주 옳은 결정(perfect step)”이라고 호평했다. 가디언도 MS의 새 도전에 기대를 나타냈다.
윈도폰의 가능성은 이미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미국에서 싹텄다. 상반기 윈도폰의 미국내 점유율은 5.6%까지 높아졌다. 지난해만 해도 2%대에 머물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연말엔 1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점유율 10%가 넘어서면 `메이저 플레이어`로서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브랜드 파워가 생긴다. 안드로이드, iOS와 함께 진짜 `모바일 삼국지`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MS의 베팅도 이런 가능성을 면밀하게 시뮬레이션한 결과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빅딜은 더 큰 함의가 있다. 바로 MS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종언이다. MS는 1981년 `MS 도스`를 개발한 이후 OS 소프트웨어(SW)만 판매하며 영화를 누렸다. 그런데 노키아 인수로 단말기까지 직접 생산하면서 사실상 OS를 다른 제조사에 팔기 어려워졌다. 당장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패드, PC 등으로 `탈 윈도` 바람이 거세질 것이다.
MS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안드로이드, 파이어폭스 등 이미 오픈소스 기반의 `공짜 OS`가 지천이다. MS의 전통 비즈니스 모델 포기는 생존을 고민하는 패키지 SW업계에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전통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통신, 미디어 업계도 마찬가지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는 “혁명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new technology)을 채택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행동(new behavior)을 채택할 때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온라인으로 쇼핑하고,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등 사람의 행동 변화가 인터넷 혁명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MS의 마지막 승부수도 마찬가지다. 결국 새로운 기술보다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느냐가 승부처다. MS는 이를 위해 확실한 `캐시카우`까지 버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타이밍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일 수 있다. 전통 비즈니스가 벽에 부딪힌 기업들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눈으로 직시해야할 포인트다.
장지영 ICT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