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대세다. 언론매체에 하루에도 수십 번 등장한다. 이런저런 강연에서도 창조경제를 빼면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다.
정부가 창조경제와 더불어 강조하는 것이 `융합`이다. 창조경제와 융합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두 가지 이상 서로 다른 기술을 합쳐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융합기술이다. 학문과 기술 및 전공이나 산업 간 장벽을 허물어 터주는 것도 융합의 역할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이렇게 창출된 가치가 경제적 소득으로 연결되면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융합이야 말로 창조경제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이다.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산업융합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가와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에서 융합 마인드를 갖고 이끌어 갈 리더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상들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풍류를 즐겼다. 당시 학문은 이미 융합이었다. 20세기 초 산업화 과정에서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한 분야만 깊이 알면 되는 세상으로 변했다. 덕분에 많은 연구업적이 생기고 엄청난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전문화된 각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도 예전과 같은 혁신적인 발견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횡적 융합을 통한 혁신이 대안으로 대두됐다.
퍼스널컴퓨터(PC)의 발전은 훌륭한 융합 모델이다. 초기의 PC는 타자기를 업그레이드한 워드프로세서와 몇몇 게임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후 PC는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통신기술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의료·반도체·건설·조명·의류 등과 융합되는 나노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로봇기술과 바이오기술도 마찬가지다. 인문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응용분야와 융합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성과가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패턴을 바꿔 놓았다. 스마트폰 역시 소재 기술, 배터리 기술, 통신 기술, 소프트웨어,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모델 등이 합쳐져 탄생한 융합모델이다. 스마트자동차도 같은 사례다.
융합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날이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거대해지는 세상에서 융합기술이 아니면 더 이상 여러 문제를 풀기 어렵다. 융합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수년 내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다행이라면 `산업융합`을 통한 고기능·고품질 기술로 세계시장을 주도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융합기술 전문 리더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처럼 인적자원과 기술이 강한 나라는 융합기술 경쟁력을 갖춘 리더 100명을 양성하는 것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어린 꿈나무와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융합을 이해시키고 차세대 융합인재로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당장 혁신을 이끌어 나갈 융합 리더 양성도 필요하다. 결국은 이들이 산업융합의 성공을 이끌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성장은 물론이고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융합으로 산업, 기술, 전공, 학문 간 벽을 트고 연결고리를 형성하도록 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중소기업을 살리고, 나아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산업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thpar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