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널리 쓰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다른 관점에서 넓게 바라보면 새로운 가치가 나옵니다.”
카카오톡과 김기사, 모바일 시대 대표 성공 서비스를 이끄는 두 CEO의 공통 의견이다. 카카오톡은 이미 국민 메신저이자 소셜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고, 김기사 역시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와 김기사를 만든 록앤올은 모두 휴대폰 문자메시지(SMS)와 내비게이션이라는, 대기업이 완전히 장악한 시장에 맨 주먹으로 도전해 판을 흔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과 다른 접근으로 포화된 시장에서 새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빈틈을 찾아냈고,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넓게, 다르게 보면 가치가 보인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는 기존 문자메시지를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통신사 SMS가 음성 통화의 부가기능 같은 느낌이었다면, 카카오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은 왜 문자를 쓸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 편의를 주고 서비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객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그룹 채팅과 이모티콘 등을 제공, 단순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 하던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게임과 선물하기도 더해가며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김기사도 관점의 작은 변화로 고정된 시장에 균열을 일으킨 경우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길 안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치 관련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가치를 주자는 생각으로 창업했다”고 말한다.
내비 기능 역시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된다. 식당을 들르거나 주유소를 찾는 등 운전 중에 하게 되는 다양한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지금 김기사의 상징이 된 `벌집` UI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박 대표는 “기존 내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욕을 먹기도 했지만, 벌집 UI로 길 안내뿐 아니라 맛집 예약, 정보 제공 등 다양한 가치를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차별적 가치를 제공, 사용자가 모이면 자연히 플랫폼으로 발전을 생각하게 된다. 500만 사용자를 기반으로 서서히 변신을 꿈꾸는 김기사에게 플랫폼의 길을 먼저 간 `선배` 경영인은 `핵심 가치의 재발견`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내 사업의 핵심 역량과 가치를 잘 정의해야 한다”며 “카카오톡을 문자메시지로 정의했다면 정말 좁은 사업거리였겠지만 사용자를 연결하는 스마트 커넥터,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공유로 사업을 바라봤기에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사도 위치정보를 `업`으로 삼아, 이를 바탕으로 많은 `꺼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사용자가 어디서 뭘 하는지 잘 아는 스마트폰의 확산도 김기사에 유리한 환경이다.
박 대표는 “위치기반 사업을 10년 이상 하고 있지만, 아직 이 분야 자체가 성공 포인트를 확실히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카카오톡의 플랫폼 노력을 잘 지켜보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확대와 수익모델 개발, 외부 파트너 제휴 등 과정을 개척하는 숙제를 풀기 위해서다. 광고나 유료 폴더 등록 등 수익 모델을 만들었지만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용자 기반 확대도 고민이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통신사 내비 앱과는 달리 기능과 입소문만으로 500만이라는 적지 않은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지속적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모바일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단기적 수익모델만 보지 말아 달라
스타트업이 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선 벤처 투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카카오는 사용자가 의미있는 규모로 늘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 경우였지만, 대부분 벤처는 사용자를 늘여가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기 마련”이라며 “이럴 때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지원하는 벤처 투자가 아쉽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를 검토할 때 수익모델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무언가 `일을 낼` 사람들이 뭉친 팀에 투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얼마 전 구글에 인수된 소셜 지도 업체 웨이즈는 기술 측면에선 김기사와 큰 차이는 없다”며 “농담처럼 우리가 미국에서 시작했으면 웨이즈 못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국내가 시장은 작고 경쟁자는 많은 등 전반적 시장 환경이 외국과는 다르다”면서도 “김기사와 SI를 병행하며 회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외국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유료화에 소극적인 국내 사용자 특성과 모바일 서비스에 걸맞는 적절한 모바일 광고 상품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은 모바일 광고 기업의 획일화된 상품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작은 기업이 쉽게 수익 실현하는 모바일 광고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만의 문화 만들자
성장하는 기업은 자연히 기업 문화를 고민하게 된다. 카카오는 어느덧 직원이 450명을 넘었고, 록앤올은 30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는 “회사가 작을 때는 직원들을 잘 파악할 수 있지만 사람이 300명이 넘어서는 순간이 임계점”이라며 “그런 순간을 대비해 구성원들이 같은 가치를 갖고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내부적 준비가 미리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공통의 가치관을 강조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직원의 행동강령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정하고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라는 것.
박 대표도 “이제 우리만의 문화, 누가 오더라도 느끼게 되는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며 “이를 위해 회사가 더 발전하고 직원이 더 뭉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