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로 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기반보호시설(이하 기반보호시설) 지정 권고가 임박했다. 기반보호시설 지정은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에 필요한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취지의 제도지만 방송사들이 언론사찰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상파 방송사 4곳(KBS·MBC·SBS·EBS)을 기반보호시설로 지정 권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인 권고 대상은 막판 조율 중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기반보호시설 지정은 필요하다는 방침을 정리했다”며 “대상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권고는 17일 이뤄질 예정으로 현재 KBS를 우선하고 다른 방송사들은 순차 권고하는 안이 유력해 보인다.
미래부는 당초 지상파 방송사 4곳을 지정 대상으로 검토했지만 KBS가 국가기간방송사인 만큼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으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부가 방송사들의 기반보호시설 지정을 권고하면 방통위에서 방송사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단계를 거친다.
방송사의 기반보호시설 지정은 지난 3월 20일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 후 후속 대책 일환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방송시설의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반보호시설로 지정되면 미래부는 방송사의 시설보호대책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방통위에 요청할 수 있고 세부 내용을 확인·점검할 수 있게 돼 방송사들은 정부의 정보 수집과 감시 가능성을 들어 강하게 반대해왔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7월 23일 성명을 내고 “방송사가 기반시설로 지정되면 국가정보원과 미래부가 방송사가 취재를 통해 획득한 정부, 정치인, 기업 등의 비공개 정보, 내부 고발자 정보, 출연자 인적사항, 취재계획 등 민감한 정보들을 감시해 언론 통제에 악용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국가기관에 의한 명백한 언론 사찰인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비슷한 시기 성명을 내고 “(정부가) 방송사의 정보를 통째로 관할, 통제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래부는 기반보호시설 점검에 의한 언론사찰은 기술적,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기우라는 주장이다.
제도 설명회도 파행을 겪는 등 반발이 상당했는데, 방송사를 기반보호시설로 지정하려는 미래부의 행보가 가시화돼 또다시 격론이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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