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0년 가까이 끌어 온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더 이상 공사를 늦추면 전력난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으로 해석된다. 밀양 송전탑 공사 문제는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과 한전 임직원이 수시로 현장에 달려가 설득했음에도 반대 여론을 완전히 돌려놓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국무총리가 직접 방문해 강화된 주민보상안을 확정했음에도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일부 주민의 반대는 아직 거세다.
한전이 1일 공사 재개를 발표한 후 경찰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대치했고 한 때 충돌도 있었다. 한전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공사 진행을 방해하려고 현장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했다. 반대 주민의 각오도 비장해 밀양 송전탑 현장에선 전운이 감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우리나라 대표적 사회 갈등 사례다. 우리나라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가운데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다. 국무조정실이 중점 관리 대상으로 꼽은 갈등 과제만 69개에 이를 정도다. 사회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만도 연간 82조~247조원에 이른다. 사회갈등 심화가 1인당 GDP 7~21%를 깎아 먹는 셈이다. 반대로 적절한 갈등관리로 정책 과정에 수용하게 되면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지금처럼 극한 상황에 내몰린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정부의 민원 해결 의지와 대화 노력 부족이 첫 번째다. 또 한전의 안이한 대처, 일관성 없는 밀양시의 민원행정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유사한 사회 갈등이 반복됐음에도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게 문제다. 사회 갈등을 해소하려면 처음부터 이해 관계자를 정책에 참여시키고 결정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국민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또 하나의 시험대에 섰다. 무력 충돌 없이 공사를 마무리 지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는 모범사례로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