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오랜 경기 침체 탓에 4G 서비스 신규 수요가 냉랭하다. 통신사의 `비용 낮추기` 자구책에도 꿈쩍 않는 유럽 통신 시장의 빙하기가 길어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프랑스·영국·이탈리아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 통신사가 수십억달러 네트워크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4G 서비스 가입자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사용자당 평균 통신 매출은 최근 6년간 5~6% 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출처:GSMA>](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03/482681_20131003141616_196_0001.jpg)
지난달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내놓은 `유럽 모바일 경제 2013`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서 지난해 연말까지 4G 모바일기기 비중이 1%를 밑돌았다. 보고서는 미국(11%), 한국(28%)과 비교해 유럽 통신 시장의 차이를 분석했다. GSMA는 2017년이나 돼야 유럽 4G 비중이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반응은 차갑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오렌지(Orange) 통신 매장에 들른 마리아 앵겔스 씨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4G를 잘 모르지만 필요하지 않으며 딱히 돈을 더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보다폰이 시내버스에 `마드리드에 4G 서비스를`이라는 대형 광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시민들은 상관 않는 모양새다.
로이터는 “실업률이 26%에 달하는 스페인 소비자는 800유로(약 116만원)에 달하는 4G 스마트폰을 쓸 용의가 없다”며 “속도가 3G보다 다섯 배 빠른 4G도 소용없다”고 부연했다.
사용자 통신비 지갑은 오히려 닫혀갔다. 유럽 통신사는 미국 버라이즌·AT&T 처럼 모바일 데이터 사용 증가에 따른 통신비 매출 증대 효과를 노렸지만 그렇지 못했다. 스탠포드 번스타인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미국 모바일 사용자 통신비는 25% 오른 49달러(약 5만2700원)지만 유럽에서는 오히려 15% 떨어진 24유로(약 3만4800원)에 그쳤다.
소비자를 잡으려는 가격 경쟁이 심해진다. 영국 허치슨과 스페인 요이고(Yoigo)는 추가 비용 없이 3·4G를 제공하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페인에서 요이고가 지난 5월 첫 무료 4G 서비스를 선언한 이후 보다폰,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도 유사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독일 상황도 좋지 않다. 3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보다폰 독일이 4G 비용을 내린데 이어 `데이터 용량이 늘었다`고 밝힌 2위 도이치텔레콤이 내놓은 사용자당 평균 매출은 전년보다 6.3% 떨어진 15유로(약 2만1700원)다.
컨설팅업체 베인의 알렉스 박 파트너는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에 의해 통신사 대부분이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죄수의 딜레마` 현상”이라 분석했다. 상대방의 선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빗댄 말이다.
통신사들이 라이선스를 받으려면 수억유로를 써야 하는 사업 환경도 녹록치 않다. 프랑스에서 주파수 경매에 통신사가 들인 비용은 36억유로(약 5조원)에 달하며 영국에서도 23억4000만파운드였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