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보조금 단속 1년…산업 활기 대안 필요하다

휴대폰 보조금 단속, 약인가 독인가

[이슈분석]보조금 단속 1년…산업 활기 대안 필요하다

휴대폰 보조금은 약인가, 독인가.

휴대폰 보조금 단속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과열 보조금 경쟁과 소비자 차별 등 문제점이 감소했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법 제정과 보조금 가이드라인 수정 등 대안 마련은 미뤄두고, 단속만 강화하면서 휴대폰 유통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제조사와 대리점, 판매점 경영이 어려워졌고, 소비자도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최근 팬택이 대규모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대리점과 판매점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보조금의 강력한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위축된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보조금의 선효과를 살릴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내수 판매 축소, 제조사 타격

보조금 단속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가 20~30% 축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동통신 3사의 월 단말기 개통량은 150만대 수준으로 과거 200만대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휴대폰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16% 이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휴대폰 판매대수는 지난해 3260만대보다 500만대가량 줄어든 273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별 번호이동 평균 건수도 지난해 87만2396건에서 올해 75만158건으로 12만건 가량 급감했다.

전 세계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는데 한국만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내수 시장 축소는 스마트폰 제조사 실적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 특히 내수 판매 비율이 높은 팬택은 구조조정까지 실시할 정도로 위기가 고조됐다. 팬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평균 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지만, 올해 들어 절반에 불과한 15만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판매비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긴 하지만, 매출과 이익률 하락은 고민거리다.

◇유통시장 붕괴

대리점과 판매점은 휴대폰 시장 위축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판매대수 감소는 물론이고, 판매 마진도 줄었기 때문이다. 영세 판매점 중 업종을 전환한 곳도 있다. 판매점 수를 집계할 수는 없지만 연초 대비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이상일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 서울시내 휴대폰 판매점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2.1%가 보조금 지급상한규제가 오히려 판매점의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답했다.

일선 유통가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혼탁해지는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전체적으로는 축소됐지만, 단속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판매수단이 등장해 오히려 편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심야 등 특정 시간대에만 반짝 판매하는 `스팟성 보조금`, 장소만 공지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높은 보조금을 주는 방식 등 다양한 변종 방식이 등장했다.

온라인 편법 유통은 기존 유통시장보다 소비자 차별 판매가 더욱 심한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가 차별 판매로 더 많은 요금과 단말기 구매 비용을 전가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안 마련 서둘러야

시장이 위축된 것은 단순히 보조금을 단속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안 없는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 대리점·판매점, 제조사 등이 시장에서 뛸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이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 여러 법안을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제가 예측 가능해야 제조사나 판매점, 통산사 등이 바뀐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조사 보조금까지 단속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제정되면 더욱 강력한 규제로 오히려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 개정 시 시장활성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현실에 맞지 않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적용하는 27만원은 과거 피처폰 시대에 정해진 금액이다. 스마트폰 일반화로 높아진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리점·판매점 종사자 이익단체인 `이동통신판매인협회`도 생계형 상인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형 유통사업자는 통신사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하고, 과도한 벌금이나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정책적 배려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