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안랩상대로 3·20 전산장애 피해액 `50억+α`요구

농협, 안랩상대로 3·20 전산장애 피해액 `50억+α`요구

3·20 사이버 공격으로 전산망 마비사태를 겪은 농협이 안랩을 상대로 50억원+α의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3일 농협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중앙회가 보안솔루션 공급업체인 안랩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액을 확정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고위관계자는 “안랩 측에 3·20 사고 발생에 따른 회사의 물질적 피해금액 `약 50억원`에 회사 이미지 타격과 간접 피해액 `+α`를 더한 금액을 피해보상 협상금액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상방법에 대해서는 “현재 안랩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세부 내용까지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손해배상을 전액 금전으로 받는 방식과 같은 규모만큼 안랩의 보안솔루션 등 제품과 기술을 지원받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측은 안랩이 피해보상안 수용을 거부하거나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원칙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3·20 사태로 농협중앙회는 은행과 농협단위조합(농·축협) 영업점 단말기 4만4007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2만6693대가 멈춰 서는 피해를 봤다. 농협 ATM도 3만2072대 중 1만6121대가 멈춰서 먹통 ATM 비중은 50%를 넘었다. 이외에 농협생보 영업점 PC 298대, 농협손보 PC 103대에도 같은 장애가 발생했다. 농협 영업점 단말기 PC와 자동화기기는 악성코드에 감염돼 영업점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해 50억원대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회사 이미지 타격과 업무 지연으로 인한 간접 피해액까지 합산하면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설명이다.

농협이 제시한 협상안에 안랩은 아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한 안에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농협과 안랩 간 피해보상 협상 결과에 법조계와 금융권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사가 보안업체를 상대로 해킹 피해 책임을 묻는 최초의 사례기 때문이다. 당초 농협과 안랩은 3·20 전산사태에 관련한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면 피해금액 등을 추산해 협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북한 소행으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최종 수사결과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농협중앙회 협상안에 안랩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안랩 측은 “농협으로부터 피해금액 등을 요구받은 사실이 없다”며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3·20 피해 보상과 관련해 어떠한 이야기도 나눈 적 없다”고 부인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