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픈한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의 주민이 됐다. 주민 자격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실명 인증을 받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설정한 뒤 회원가입을 완료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주민이 되고자 한 것은 순전히 취재 욕구에서였다. 새 정부가 그리도 강조하는 창조경제가 무엇이고, 한낱 웹사이트에서 어떻게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창조경제타운의 얼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나 창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검증과 지원, 조언의 과정을 웹사이트에서 구현해 놓았다.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다른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아이디어 도용이 우려된다면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선험자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이민화 KAIST 초빙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주요 경력을 공개하고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면 자금,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창조경제타운에는 각 부처와 산하기관이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사업이 총망라돼 있다.
주민으로서 할 일도 간단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리든지, 남의 아이디어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된다. 자신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다면 멘토로 활동할 수 있다. 프로필 사진과 주요 약력을 적어 온라인으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창조경제타운의 핵심은 사장되기 쉬운 초기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수많은 공공기관이 개설해 운영하다 유명무실해진 정책지원 웹사이트와 별다를 바 없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여러 부처와 기관의 것을 모아 놓았으니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다는 것은 장점이다. 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출된 600여건의 아이디어(2013년 10월 3일 기준) 중 분명히 한 건 이상은 정부 지원을 받아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도출될 것이다. 청와대에 보고하고 언론에 홍보해야 할 결과물은 나와야 할 테니까. 아마 상당수 주민이 그런 노림수를 갖고 아이디어를 제출한 것은 아닐까.
창조경제타운에 일찌감치 합류한 착한 주민이지만 여전히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 결과물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진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까. 이 웹사이트에서 성공사례가 나온다고 한들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 회의도 든다.
창조경제 정책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여러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전면 감사 얘기도 흘러나온다.
안팎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미래부로서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뭔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각 업무의 우선순위 설정과 강약 조절을 잘못한다면 결국 할 일을 못하게 된다.
돈을 풀어 새 사업을 만들고 공급을 확대하는 일은 손쉽고 결과물을 측정하기가 쉽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이 사는 일을 정책으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손쉬운 여러 가지를 벌일지, 두고두고 평가받을 몇 가지에 집중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진짜 창조경제는 결과에 대한 조급함을 넘어서는 데에서 나올 것 같다.
정지연 국장석 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