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 보조금 규제 유연한 적용을

정부가 강도 높은 휴대폰 보조금 단속을 실시한 지 1년 남짓 지났다. 보조금을 받고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하는 소비자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비싸게 구입하는 소비자의 차별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차별적 보조금 경쟁을 없애 휴대폰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요금과 단말 가격 인하하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시장에서는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특정 시간대에만 잠깐 판매하고 사라지는 `스팟성 보조금` 같은 다양한 편법 유통이 기승을 부렸다. 소비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정부 의도와는 달리 더 큰 차별을 초래했다. 피부로 느낄 정도의 큰 폭의 요금인하나 단말 가격 인하도 없었다. 소비자를 위한 규제였지만 정작 대부분의 소비자는 규제 혜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더 비싼 비용을 치르고 휴대폰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다.

업계 추정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가 20~30% 축소됐다. 올해 휴대폰 판매대수는 지난해보다 500만대 가량 줄어든 273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휴대폰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위축돼 제조사와 판매점이 된서리를 맞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까지 재도약을 꿈꾸던 팬택이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팬택의 정신적 지주이자 상징인 박병엽 부회장이 사임했고 회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내수 규제가 결합한 결과다.

휴대폰 시장은 다른 어떤 산업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잠깐 한 눈 팔면 낙오하기 십상이다. 한 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나 모토로라 등이 조용히 사라진 것도 급변하는 환경에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 진출한 탓에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살벌한 시장에서 경쟁하기도 바쁜 와중에 정부의 강도 높은 보조금 규제가 내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통신사와 판매점의 과열 경쟁이 단초를 제공했지만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을 늘리겠다는 정부가 되레 기업을 위기에 내몰고 일자리를 없애서는 안 된다.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