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양극화 심각...취약기업 차별 여전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서 우량 기업과 취약 기업간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 격차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가 취약하거나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은 자금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 중 무담보 신용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48.0%에서 2013년 7월 말 42.6%로 떨어졌다. 저신용(7∼10등급)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93%에서 4.75%로 하락했다. 한은은 “2012년 이후 금융기관이 우량기업과 담보대출 위주로 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이락 지적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비우량물은 6월 중 크게 확대된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8월까지도 거의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령, A-, BBB+ 등급 회사채 금리는 5∼6월 12∼13bp(bp=0.01%포인트)씩 오르고서 8월 말까지 각각 3bp 내리는 데 그쳤다.

한은은 건설·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한 만기상환 리스크가 시장 경계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취약업종 회사채는 총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AA등급 이상의 물량은 28%뿐이다.

한은은 대부분의 취약업종 기업이 포함된 비우량물 회사채는 시장여건 개선이 미흡한데다 업황 부진의 지속도 예상돼 신용 경계감이 단기간 내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남영 한은 금융시장부장은 “동양 사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하던 저신용 기업에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