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전자의 다운그레이드 혁신

지난 주말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 뉴스는 한마디로 통쾌했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의 비관적인 실적 전망에 삼성전자 주가가 오랫동안 짓눌려 있던 터였다.

[데스크라인]삼성전자의 다운그레이드 혁신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우리나라 실질 국내 총생산(GDP)의 18%에 달한다. 이러다보니 삼성전자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삼성 증후군`마저 생겼다. 삼성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감도 있다. 그런 삼성전자가 보란 듯 미국 애널리스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한국경제의 지표로도 이어진다.

분기 영업이익 10조1000억원이라는 성적표는 수치 이상이다. 주말을 포함해 하루에 1098억원씩 벌었고, 시간당 45억7500만원을 번 셈이다.

`10조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마력(魔力)도 있다. 석 달 전 삼성전자가 10조원 벽을 넘지 못했을 때를 떠올려 보라. 2분기 영업이익이 9조53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자 삼성전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위기론이 수위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자. 2분기와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액은 큰 차이가 없다. 2분기엔 전분기보다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났고, 3분기엔 6000억원 남짓 증가했다. 3분기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로 반도체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 것을 빼면 주력인 휴대폰 사업의 영업이익은 2분기나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분기마다 1조원씩 영업이익이 증가하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한풀 꺽였다는 분석이 유효하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기의 진원지는 성장세가 꺽인 스마트폰 시장이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 아이콘`은 삼성전자도, 애플도 아니었다. 바로 중국기업 `샤오미`였다. 이 기업은 설립 3년 만에 중국시장에서 애플을 제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품질은 크게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40만원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결과다. 마치 PC시장에서 가격 거품을 빼 IBM, HP 등 전통의 강호를 단번에 쓰러뜨린 왕년의 델을 떠올리게 한다.

혁신은 업그레이드(upgrade)뿐만 아니라 다운그레이드(downgrade)에서도 일어난다. 시장이 성숙해 선·후발업체의 기술격차가 거의 없어지면 다운그레이드가 더욱 위력적이다. 순식간에 PC시장의 10%까지 점유했던 넷북이 대표적이다.

삼성도 이제 전매특허인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다운그레이드 혁신도 고민해야 한다. 가뜩이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은 중저가폰 수요가 많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이 이끈다. 샤오미를 넘어서는 가격 혁신 없이는 델에 밀린 HP 신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엔 다운그레이드가 더 버거운 숙제로 보인다. 값싼 노동력의 중국기업을 이길 재간이 없다. 노동력이 안 되면 제조기술력으로 압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사람도 불빛도 없는(No People, No Light) 무인자동 공장`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다만 이런 제조 혁신은 과감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4분기를 맞아 내년 사업계획 수립이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엔 어떤 혁신 비전을 내놓을지 관심사다. 분명한 것은 이젠 애플을 겨냥한 혁신보다 샤오미를 겨냥한 혁신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끝없는 위기설을 잠재울 `신의 한수`를 기대한다.

장지영 ICT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