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 동력을 창조에서 찾고자 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창조경제란 창의력이나 상상력에 의해 혁신적 정보통신기술(ICT)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에게 먹거리와 일자리를 해결해주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 구상이다. 그러나 사회제도적 요인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고 경이로운 기술과 산업을 단시간 내에 배양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존 ICT 생태계 구성 요소를 다듬고 상호 작용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도 현실적일 수도 있다. 경영전략이론의 대가인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는 이를 클러스터(군집)라 칭하면서 생산성 증대와 혁신 능력의 향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주 요소라고 주장한다.
같은 관점에서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얼마 전 주요 ICT 부문인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국내 유수의 콘텐츠를 보유한 CJ E&M과 SM 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진출 경험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또 미디어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에 의한 창조미디어경제의 구현 가능성을 논의했다.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세는 작년 세계인에게 막춤을 선사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올해 국내외를 동시 겨냥해 개봉된 블록버스터급 영화 `설국열차`와 같이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류 붐에도 불구하고 우리 미디어 기업의 세계적 위상은 아직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3년 세계 주요 기업 2000의 명단에는 미국의 케이블·미디어 기업인 컴캐스트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디즈니 등 15개의 미디어 기업이 포함돼 있지만 한국 기업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미디어 산업은 사전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다. 그렇기에 국내 미디어 기업이 일회성 성공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을 위해 부단한 투자와 노하우의 축적이 필요하며 이는 확고한 국내 시장 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국내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2015년부터 한미 FTA가 가동됨에 따라 해외 미디어콘텐츠 기업의 국내법인 설립이 가능해지고 케이블TV 프로그램의 국내 쿼터와 특정국 편성비율 제한과 관련한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디어와 통신의 기술적 융합과 결합판매의 활성화로 인해 국내 ICT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날로 격화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낙수(落水) 효과도 큰 사업이다. 일단 고품질의 콘텐츠가 제작되면 캐릭터상품, 출판 등 `원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 판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가 이미지를 높여주는 촉매제로 미디어 산업을 넘어서 자동차, 휴대폰, 식품, 패션 등 한국 제품의 수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국내 미디어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창조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의 국내 시장 기반에 대한 규제 환경을 개선하고 적극적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해외 진출이 유망한 국가의 현지 정보 제공과 지원 체계의 확립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는 통신 네트워크의 해외 진출에서 `잃어버린 6년`이라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네트워크와 콘텐츠라는 무기를 갖추었다. 이를 창조미디어경제 수립의 돌파구로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미디어경영학회장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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