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시스템으로 유럽을 통합한다.` 196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논의된 유럽통합특허법(UPC)은 하나의 특허사법 시스템이 유럽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럽 통합의 또 다른 움직임이다. 유럽 특허청(EPO)이 특허 출원과 관리 등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었다면, 유럽통합특허법원은 사법적 단일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2014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시행이 연기될 전망이다.

유럽통합특허법 시행 중심에는 독일이 있다. 많은 시스템 개편이 독일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독일 특허법원 결정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발명 유효성과 특허 침해 사건을 별개로 둔다. 유럽 지식재산(IP) 전문가들은 독일 시스템이 유럽통합특허법에 많은 부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 특허 사법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가능성`이다. 브리지트 뵘 독일 변리사회장은 “미국 시장에 비해 특허 침해 사건이 결정되는 시간이 빠르다”며 “법적 안정성뿐 아니라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기업이 미리 예측해 전략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특허 소송 대리를 할 때 `협업`을 강조한다. 독일은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 변리사는 `진술권`만 가지고 법정에 서게 된다. 그러나 기술 분야에서 변리사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허 유효성 판단과 기술 해석을 위해 적극적으로 법정에 나선다. 변호사도 기술과 특허 전문성을 지원받기 위해 소송 전후, 소송 과정에서 변리사와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독일 변리사들은 유럽통합특허법이 시행된 이후 확보하게 될 공동소송대리권을 위해 법률적 추가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한 특허 사법 시스템처럼 독일 기업도 IP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유진 포프 특허법인 MBP 박사는 “대기업은 한국처럼 IP 담당 부서나 인력을 확충해 기업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며 “혁신을 위해 IP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벤처 생태계도 IP에 역점을 둔다. 최근 중소기업 특허 출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 IP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벤처와 중소기업은 IP가 유일한 자산일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벤처 인수합병(M&A), 자금 유치 수단으로 IP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허에 대한 보호 없이는 기업이 발전하거나 혁신 정책을 수립하기 힘들다. 특허가 늘어나면서 특허 등록 가능성, 신규성·진보성 판단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만큼 특허 정보에 대한 독일 IP계 기대가 크다. 뵘 변리사회장은 “특허 데이터베이스에서 오는 기술 정보가 중소기업과 벤처에 중요 활용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