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배임혐의로 고발된 이석채 KT 회장 수사를 위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KT의 `CEO 리스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22일 이 회장 자택과 사무실을 포함해 분당 본사, 광화문 지사, 서초동 사옥, 계열사, 임직원 자택 등 16곳에서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USB 메모리, 회계장부와 보고문건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은 참여연대가 업무상 배임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 2월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스마트애드몰과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KT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이달 초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낮은 가격에 매각, KT와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재차 고발했다.
검찰은 이날 “참여연대의 이석채 회장 고발 사건과 관련해 자료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결정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KT는 “참여연대가 고발한 내용은 정상적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그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해왔다”고 밝혀 검찰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드러냈다.
압수수색이 특정 기업의 경영 활동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은 검찰이 혐의 입증을 확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이 회장의 출국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물론이고 KT 관련 임직원 소환조사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현직 KT 임직원은 지난 2008년을 상기하며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한 만큼 이 회장 배임혐의 입증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며 “결국은 최고경영자 교체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 회장의 혐의를 찾는 데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박근혜정부 이후 `MB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회장 거취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고발 외에 각종 구설수에 오른 이 회장의 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 회장의 배임혐의뿐만 아니라 KT의 구조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과 법원이 그동안 SK그룹과 CJ그룹, 태광그룹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배임혐의에 엄정한 잣대를 적용한 만큼 이 회장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KT는 검찰 수사가 조속하게 종결되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검찰의 이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는 최고조에 도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KT에서는 2008년 남중수 전 사장이 검찰 수사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바 있다. 만일 이번 검찰 수사 여파로 이석채 회장까지 같은 길을 걷는다면 CEO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으로, KT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